해외 재난 구호금, 모금 쉬운데 집행이 어렵다는데 왜…

장창일 2023. 8.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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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투입 실상·애로점과 대책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 3월 시리아 지진 구호를 위해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전국 복음주의 총회'를 방문해 구호금을 전달한 뒤 받은 영수증 모습. 구호금으로 준비했던 100달러의 모든 일련번호가 차례대로 적혀 있다.


한국교회의 저력은 재난이 발생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과거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아이티 대지진, 울진 산불 복구를 위해 교인들은 아낌없이 구호 헌금을 보내왔다.

지난 2월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 구호금의 경우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연합단체와 주요 교단이 모은 기금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해외 재난 구호금을 집행해야 하는 실무자들 사이에선 “모으는 게 가장 쉽고 사용하는 건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심지어 지난 3월 튀르키예를 방문한 국내의 한 교단은 문화원 사역을 하는 교단 파송 선교사가 임대한 건물이 지진 피해를 입자 이 건물 수리를 위한 기금을 전달했다. 다른 사람 건물 수리비를 준 셈이다. 대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튀르키예 구호 난제, ‘이슬람’

튀르키예는 국민 99%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국내 주요 교단과 연합단체들이 해당 국가에 직접 구호금을 전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연합단체 책임자 A씨는 3일 기자에게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국민을 지원하는 것과 이슬람 국가를 직접 지원하는 건 기독교인에게 정서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고충을 설명했다.

현재 구호금 집행은 한인 선교사를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피해 지역 주민을 직접 돕고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튀르키예 전문 사역 단체를 통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어떤 선교사에게 구호금을 보낼지 정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튀르키예는 선교사들이 공개적으로 사역하는 게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도시인 앙카라나 이스탄불에서 사역하는데 지진이 난 지역이 동쪽으로 수백 ㎞나 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먼 곳에 사는 선교사들이 지진 지역을 잘 모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호 활동 후 선교사가 추방 위기에 몰릴 수도 있어 애초에 선택지도 다양하지 못하다.

‘선교사=구호 전문가?’ NO

선교 영역이 아무리 다변화하고 있다지만 선교사가 구호에도 전문성을 가질 수는 없다. 복음 전파와 구호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사역하는 B선교사는 “사역지에서 수백 ㎞ 떨어진 어떤 도시에서 재난이 발생해 파송 교단이 내게 구호금을 보낸다면 나는 현지 교단에 구호금을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구호 경험이 없는 선교사가 제대로 활동하는 것도 어렵고 사역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제대로 아는 건 더 어렵다”면서 “재난이 난 도시를 서울에서 모르는 것처럼 같은 국가지만 다른 도시에 사는 선교사도 모르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교회를 우선 믿자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의 핍박받는 교회 목회자 조차 믿지 못하면 대체 누굴 믿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을 믿고 구호금을 직접 전달하고 이들이 교회의 이름으로 구호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조언이다. 다만 강 사무총장은 현지 교회와 만날 때 반드시 한국 선교사를 통하라고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를 통해 현지 교회 지도자를 만나 공식적으로 구호금을 전한다면 구호금 집행도 원활하고 선교사의 입지도 확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는 현재 ‘튀르키예개신교회협의회’를 비롯해 지진 지역의 ‘동남부지역지도자협의회’ 등 현지 교회 연합회가 있다.

‘재난 라운드 테이블’ 필요하다

취재 중 만난 교단과 연합기관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재난에 대비한 상시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은 “재난에 대한 교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구호 단계에서도 ‘한국교회’ 이름으로 진행하면 한국 기독교의 저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한교봉, 한교총을 비롯해 주요 교단과 기독NGO 등이 참여하는 재난 대비 상시 라운드 테이블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런 회의 구조가 재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칠 길도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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