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인권 통일부' 첫단추…김영호,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단체장 접견
국제기구·유관국과 최선의 노력"
초청 못 받은 인사들은 항의 시위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 대외일정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단체장들을 접견했다.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걸맞게 소외받던 우리 국민들의 인권 개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3일 접견에 앞서 진행한 모두발언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 가하는 인권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끝없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우리 국민들에게 가하는 이(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일절 반응이 없다"며 "억류자 생사도 확인해 주고 있지 않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도 일절 대응이 없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대응의 일환으로 통일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대책반 신설을 계기로 관련 문제의 "지속적·체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지난 4월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 '양국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긴밀히 협력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윤 대통령 입장은 확고하다. 우리 정부 입장도 확고하다. 특히 통일부는 앞으로 국제기구, 유관국들과 협력해 이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명예이사장, 이성의 이사장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씨 △탈북민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김 장관 발언 전후로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고맙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통일부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등 인권 관련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평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장·차관 전면 교체를 계기로 '새 출발'을 예고했던 통일부가 이번 접견을 통해 '나침반'을 확실히 설정한 모양새지만, 행사 참석자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 장관이 접견을 진행하던 시각, 정부서울청사 민원실 앞에선 초청받지 못한 관련 단체들이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황인철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 사건 피해자 가족 대표는 통일부가 초청을 번복했다는 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황 대표는 1969년 납북된 황원 MBC PD의 아들이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통일부 초청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손 대표는 북한에 억류된 채 숨진 고(故) 손동식 이등중사의 딸이다.
정부는 대표성 등을 고려해 참석자를 선정했다며 추후 별도 일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보기에 따라서는 모든 단체를 다 부르는 것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번에는 첫 인사라 대표 단체를 부르고, 추후 다른 자리를 다시 만들어 (여타 단체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김 장관이 단체를 선정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를 같이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전후납북자 단체의 경우는 법률에 있는 법정단체이고, 전시납북자 단체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해당 분야 대표 단체"라며 "물망초 같은 경우도 국군포로 지원 활동을 10년 이상 했던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초대받지 못한 단체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고 장관께서 별도 일정을 잡겠다고 연락을 드린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김 장관은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오늘 이 자리에 오시지 못한 분들도 계신다"며 "또 다른 기회에 그런 분들과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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