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업체 9조 몰아준 LH, 문재인후보 특보를 감사 임명도

함종선, 박태인 2023. 8. 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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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누락된 부실시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현직 LH 직원이 퇴직자의 뒤를 봐주는 ‘엘피아(LH+마피아) 카르텔’이 지목되고 있다. LH 퇴직자들이 건설업계의 ‘3권(세 가지 권력)’으로 꼽히는 설계·시공·감리 각각에 대거 포진해 LH 현직들과 서로 눈감아준 게 대규모 부실공사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LH가 전관 특혜로 지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감사원의 LH 감사 결과에는 기관 내에 만연한 전관 특혜 의혹과 업무 해태의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철근뿐 아니라 콘크리트 두께 미달 아파트도 LH가 눈감아줘 준공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감사원의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년3개월간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업체와 맺었다. 계약 규모만 9조9억원에 달했다. 전관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6854억원)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같은 기간 퇴직한 LH 직원 604명(3급 이상) 중 LH 계약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도 304명(50.3%)으로 절반이 넘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LH사태의 문제점을 근본부터 짚어볼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적 분노를 부르는 LH는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공기업 중 ‘부동의 에이스’였다. 공기업 평가 시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창출 실적에 높은 배점을 준 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따라 LH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전체의 20%가량이 받는데 3년 연속 A등급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일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직원 수는 2016년 말 6589명에서 2020년 말 9566명으로 2977명(45%) 늘었다. LH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크게 2번에 걸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직원 수는 크게 늘었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점은 속속 드러났다.

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해야 할 LH 감사실은 2020년 “한 직원이 개발예정지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지인 부인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구체적 정황을 담은 제보까지도 묵살했다. 이후 2021년 3월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연관 있는 지역에 집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이른바 ‘LH 땅 투기’ 사건이 터졌다.

2018년 3월부터 임기(2년)를 훌쩍 넘겨 2021년 4월까지 LH 상임감사를 했던 허모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미디어특보를 맡았다. 그의 활동은 시민사회운동, 언론인, 작가, 대학에서의 후배 양성, 도시전문가 등으로 소개되고 있고 ‘감사’ 업무 경력은 찾을 수 없다.

LH는 2019년 7개월에 걸쳐 ‘건설현장 안전 분야 부패 근절’을 목표로 감사했고, 그 결과 허씨는 당시 문 대통령으로부터 ‘기관 표창’을 받았다. 이 같은 상이 무색하게 지금 LH의 건설현장은 ‘철근 누락’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 허씨는 문 정부의 첫 LH 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함종선·박태인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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