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평균 집중 시간이 3분? 도파민 중독

2023. 8. 4. 0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은 말한다.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고. 그렇다면 도둑맞은 집중력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은?

지금 여기에 사는 것은 건강한 정신의 첫 번째 조건이다. 매슬로와 펄스를 비롯해 현대 정신 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회에 침식되고, 미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헛된 꿈속에서 살거나 혹은 걱정에 시달리며 산다. 그러니까 현재에 집중하자는 게 정론이다. 그런데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인 요한 하리는 21세기부터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주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대자에게 벌어진 일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몸이 있는 곳과 정신이 있는 곳이 분리돼버린 현대인들의 비극을 절절히 묘사한다. 그 아이는 비행기로 4천 마일을 날아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았던 집이자 기념관인 그레이스랜드를 방문해서도 스마트폰으로 스냅챗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아이만이 아니었다. 하리는 아이와 스마트폰 이용으로 티격태격하는 동안, 다른 관람객들은 프레슬리 기념관 입구에서 나눠준 아이패드만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바로 자기 눈앞에 있는 진짜 공간과 전시물들을 놔두고 아이패드에서 보여주는 그 공간의 디지털 복제품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유체 이탈’은 이제 더 이상 죽음 직전에나 발생하는 희귀한 현상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모든 현대인이 매일 경험하는 일상이다. 우리의 주의력 문제는 존재론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리학적으로는 도파민의 문제다. 도파민은 각성과 주의 집중의 연료, 정신력의 원천이다. 살면서 뭔가 보상을 받아 기쁨을 느낄 때, 몸을 움직일 때 도파민이 소모된다. 스마트폰 속으로 유체 이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려니 정신력은 더 많이 소모된다. 오래전 초원에서 수렵 채집을 하던 인류에게 주의력은 어떤 의미였을까? 초원의 풀잎들은 평소처럼 바람에 살랑인다. 나무 그림자도 평소와 다름없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면 아직은 주의력을 집중할 대상이 없다. 그러다가 낯선 패턴이 눈에 띈다. 풀잎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다거나 그림자의 형태가 조금 이그러진다. 뭔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이 나를 잡아먹으려 달려들 곰이나 사자일 수도 있고, 내가 잡아야 할 사슴이나 토끼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의 주의력은 바로 그 특이한 존재에 집중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아내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목숨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신호다. 패턴에서 발견한 특이점에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서 결과를 마주하기. 이것이 우리가 생존해온 방식이다. 그러다 온라인 세상이 열리고 스마트폰이 주어졌다. 스마트폰은 그 조상인 전화기 시절부터 주의력 도둑이었다. 전화벨의 주의력 탈취 능력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만큼이나 강력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주의력을 가져다 바치게 만드는 능력까지 갖췄다. 그 비결은 인류가 설탕에 중독돼온 과정과 매우 닮았다. 비만과 현대인이 겪는 주의력 결핍의 공통점은 둘 다 기술의 발달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대인 비만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설탕 제조 기술의 시작과 만나게 된다. 당분은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인 ‘칼로리’ 자체다. 어떤 음식이 입에 달다는 건 그 귀한 당분이 많이 함유됐다는 뜻이다. 우리가 단걸 좋아하는 건 생존 본능이다. 힘들여 섭취한 당분은 다시 힘들게 음식을 구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소비됐다. 자동적으로 영양 섭취의 다양성, 섭취와 활동을 통한 소비의 균형이 유지된 것이다. 정제 설탕이 생산되면서 이 모든 균형이 깨졌다. 열량은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데 나머지 영양분은 부족해지는 영양 불균형이 시작된 것이다. 활동을 하지 않아도 당분을 충분히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당분 섭취와 소비의 균형도 깨졌다. 그 결과 건강하지 않은 비만이 늘어나고 당분 중독자들이 늘어났다. 물론 설탕은 시작일 뿐이었다. 과당이나 탄산, 각종 첨가물과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은 더 많은 열량을 더 적은 노력으로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화를 가속해왔다. 소셜 미디어를 생각해보자.

소셜 미디어는 일종의 사회적 설탕이다. 소셜 미디어가 나오기 전,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가며 직접 만나야 했다. 만나러 집을 나서기 전부터 외모를 점검하고 옷도 맞춰 입으며 도파민을 소모한다. 그렇게 집을 나서서 한참을 이동해야 하고, 그 사람을 만난 뒤에는 낯선 장소에 들어가야 하고, 뭔가를 주문해서 마시거나 먹기도 한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가 관심 없는 주제더라도 잘 들어줘야 하고 적절히 반응도 해줘야 한다. 그것도 표정과 자세와 목소리 어조까지 적절하게 맞춰가면서. 그 와중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문한 음식이 맛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계획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과 만나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렇게 다채로운 사건들을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잡다함 속에서 우리는 실제 세상의 디테일들을 경험한다. 진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문화와 규범을 실습하고 내가 뭘 믿고 뭘 의심해야 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배운다.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신념을 형성하고 그걸 바탕으로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감각도 조정하게 된다. 도파민을 소모한 만큼 세상에 대한 경험과 지식, 자신감을 얻는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는 이 모든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상상 속의 만남과 가공된 사회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좋아 보인다. 우선 시간 효율이 좋다. 소셜 미디어 속에서는 내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즉시 만나게 해준다. 모든 중간 과정 없이, 딱 그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떨고 정보를 교환하고 깔끔하게 접속을 종료할 수 있게 해준다. 소셜 미디어 속 만남은 현실 만남의 불편함을 제거하면서 사회적인 영양분을 섭취할 기회도 날려버린다. 더구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세상은 진짜와 다르다. 실제 세상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기괴한 사람들, 극단적인 의견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만 보면 실제 세상의 평균에 대한 감각이 뒤틀리게 된다. 남이 하는 걸 구경하긴 해도 내가 직접 해본 건 거의 없다. 진짜 자신감은 내가 직접 해보는 데서 쌓이는데 말이다. 결국 겉보기에 편리하고 효율적이던 짧은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앞서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가 한탄하던 유체 이탈 상태에 도달한다. 우리는 멀티태스킹의 함정에 빠져 있다. 물리적인 몸뚱이를 건사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공간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멀티태스킹이다. 그러나 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공통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 단, 이 일에서 저 일로 아주 빠르게 전환할 수는 있다. 그것을 우리가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전환 작업에는 비용이 든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면서 그 작업에 맞게 뇌를 재설정하기 위해 주의력과 작업 시간을 소모하는 거다. 인간의 뇌는 책상과 같다. 한 번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정보량에는 제한이 있다. 책상 위에 있던 정보를 치우고 다른 정보를 올려놓으려면 어떻게든 뇌가 수고를 해야 한다. 이렇게 작업 전환을 반복하다 보면 그냥 한 가지 작업을 계속할 때보다 뇌가 더 빨리 지친다. 결국 전체 작업의 효율이 낮아진다. 실제로 최근 뇌 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는 상황에서 IQ 검사에 응답하면 평균 10점 이상 점수가 떨어지고, 시험에만 집중한 학생들에 비해 스마트폰을 켜놓고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20점 이상 낮아졌다. 동시에 2가지 이상의 작업을 했던 그룹은 한 가지 작업만 했던 그룹에 비해 자기가 뭘 했는지 기억해내는 비율도 낮다. 어떻게 벗어날까? 멀티태스킹을 포기하고 의식적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부터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니터 화면에는 작업에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로 켜놓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처음에는 아주 짧아도 좋다. 타이머를 켜놓고 5분만 그 일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들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3분에 불과했다. 그것에 비하면 5분은 대단한 시간이다. 만약 그 첫 5분 동안 작업에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면 일단 스스로 내가 이 일을 한 번 완수했음을 확인한다. 뇌에 1회 경험을 적립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다. 그리고 다시 5분을 시작한다. 이렇게 5분씩 집중을 여러 번 적립하다 보면 이제 슬슬 5분으로는 아쉬워진다. 그러면 10분으로 늘리고, 다시 아쉬워지면 15분으로 늘리면 된다. 자, 이제 도파민 다이어트를 할 때다.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