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前특검, 두번째 영장심사 만에 '구속'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의혹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구속됐다.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약 1개월 만이다. 검찰이 박 전 특검의 신병확보에 성공하면서, 대장동 로비 의혹 관련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날 오후 11시22분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 사유를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지난 6월30일 박 전 특검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다툴 부분이 있다며 검찰의 첫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가족과 그의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를 도운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보강하고 지난달 31일 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 재직 기간인 2019∼2021년 딸 박모씨를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추가했다. 다만 함께 영장이 기각된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해선 구속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은 이번 영장심사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에 "번번이 송구스럽다. 있는 그대로 법정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 청탁 대가가 맞는지'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숴 증거인멸한 게 맞는지' 등 질문엔 손사래를 치며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5시간30분가량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총 23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 측은 첫 영장심사 때와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주장에 맞섰다.
앞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일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씨 등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양 전 특검보와 공모하고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 및 여신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남씨 등으로부터 200억원, 시가 불상의 땅과 그 위에 지어질 단독주택건물을 약속받았다고 의심한다. 또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실제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남씨가 양 전 특검보를 통해 박 전 특검에게 3차례에 걸쳐 총 3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선거캠프 사무실,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 등에서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캠프에서 선거를 도운 변호사들이 양 전 특검보로부터 최소 1억3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또 캠프에서 자금 등 선거관리 전반을 맡았던 이모 변호사의 휴대전화에서 돈 전달 대상과 일시, 액수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뒤 2015년 3∼4월 김만배씨 등에게서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고 향후 50억원을 약정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김씨와 남씨, 회계사 정영학씨 등에게서 나온 5억원을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를 통해 받고, 다시 이 돈을 김씨에게 보내 화천대유의 증자대금으로 사용케 해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의심한다. 또 딸 박씨가 2019년 9월∼2021년 2월 5차례에 걸쳐 화천대유에서 빌린 11억원은 박 전 특검과 박씨가 공모해 수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특히 검찰은 '50억 클럽 특검'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된 지난 2월16일 무렵 박 전 특검이 증거인멸 및 말 맞추기에 나섰다고 본다. 박 전 특검은 증거 인멸 과정에서 망치를 사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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