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 재현…'조소현 선제골' 여자대표팀, 독일과 1-1 무승부→남자 이어 여자도 독일 탈락시켰다!! [여자월드컵]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카잔의 기적'이 재현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축구강국' 독일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떨어뜨렸다.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오후 7시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맞대결에서 전반 4분에 터진 조소현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44분 동점골을 내주면서 1-1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축구 랭킹 2위에 빛나는 독일의 토너먼트 진출을 저지하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가 한 조가 H조에서 승점 6(2승 1패)인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각각 조 1, 2위를 차지하면서 16강에 올랐다. 독일은 한국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점 4(1승1무1패)로 3위에 머물러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승점 1(1무2패)로 H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독일전을 앞두고 한국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먼저 2연승을 달성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은 H조 1위 콜롬비아가 3차전 모로코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했고, 이후 독일전에서 5골 차 대승을 거둬야 16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만약 모든 상황이 원하는 대로 이뤄진다면 한국, 독일, 모로코 모두 승점 3(1승 2패)이지만 득실차에서 한국이 +2가 돼 독일(득실차 +0)을 누르고 극적으로 16강 진출 티켓을 얻게 된다. 모로코는 1차전 독일전에서 0-6 대패를 당했기에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차로 한국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여자축구 최강팀 중 하나인 독일을 상대로 5골이나 뽑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대다수 국내 축구 팬들이 기적이 이뤄지기 보다 한국이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했다.
비록 한국은 16강 진출과 이번 대회 첫 승 달성에 모두 실패했지만 5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남자축구대표팀이 했던 것처럼 독일을 좌절시키면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노리는 '콜린 벨호'는 4-5-1 전형을 내세웠다. 39세 대표팀 '맏언니' 김정미(현대제철)가 골문을 지켰고, 김혜리(인천 현대제철), 이영주(마드리드 CFF), 심서연(수원FC), 장슬기(현대제철)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엔 추효주(수원FC), 천가람(화천 KSPO), 조소현(무소속), 지소연(수원FC), 최유리(현대제철)가 배치됐다. 최전방 원톱 자리엔 여자축구 미래로 불리는 케이시 유진 페어(PDA)가 독일 골문을 노렸다.
2007년 6월생으로 만 16세인 페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선수들 중 최연소 참가 기록을 갖고 있다. 페어는 지난 콜롬비아전에 교체로 나서 역대 월드컵 본선 사상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페어의 나이는 16세 26일이었다.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과 조소현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A매치 통산 148번째 출전을 기록해 남녀 모두 합쳐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경기 모두 모습을 드러냈던 이금민(브라이턴)은 컨디션 저하 탓에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태극낭자들이 여자축구 강팀인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정조준한 가운데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독일전 선제골의 주인공 다름 아닌 조소현이었다.
선제골은 수비수 이영주 발에서부터 시작했다. 전반 5분 높은 위치까지 올라온 이영주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려는 조소현을 발견해 독일 수비수들 사이로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했다.
이영주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조소현은 침착하게 왼쪽 골대 구석을 노린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 선수들은 혹시나 오프사이드를 기대해 부심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독일전 선제골로 조소현은 월드컵 통산 2호골 달성에 성공했다. 또한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달성한 경기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아내며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한국은 추가 득점을 위해 독일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공격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전반 35분에 지소연이 직접 먼 거리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향하면서 유효슈팅이 되지 못했다.
독일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던 한국은 전반 41분 결국 동점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독일 여자대표팀 주장 알렉산드라 포프가 김혜리와의 경합에서 승리하면서 헤더 슈팅에 성공했다.
포프의 헤더는 그대로 한국 골대 안으로 향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안정된 모습을 보이던 김정미도 포프의 헤더 슈팅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동점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다행히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역전골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독일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반전이 끝난 뒤, 같은 시간에 열린 H조 조별리그 3차전 모로코-콜롬비아전에서 모로코가 1-0으로 앞서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된다면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똑같이 승점 6(2승 1패)이 되면서 함께 16강에 올라간다. 한국도 승점 1(1무2패)로 H조 4위가 돼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게 되지만 독일 역시 승점 4(1승1무1패)가 되기에 16강 진출이 불발된다.
월드컵 역대 최소 성적인 8강인 독일은 역전골을 만들기 위해 공격 템포를 올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는 독일에 한국이 처음으로 16강행 좌절을 안겨다 줄 수 있을지 주목된 가운데 독일은 포프의 머리를 앞세워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11분 동점골 주인공 포프가 다시 한번 머리를 통해 골망을 흔들면서 역전골을 터트리는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VAR) 결과, 슈팅 직전에 포프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로 판명돼 스코어는 그대로 1-1로 유지됐다. 이때 포프와 김정미 골키퍼가 충돌해 쓰러지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된 지 3분 만에 포프는 또 한 번 강력한 헤더 슈팅으로 한국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포프의 헤더 슈팅은 골대를 때리면서 다행히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 28분 포프가 달려오면서 크로스를 받아 또 강력한 헤더 슈팅을 시도했다. 이번엔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김정미 골키퍼가 안전하게 잡아냈다.
점점 경기 종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득점이 터지지 않자 독일 벤치와 관중석에 있던 팬들은 점점 초조해지면서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 충돌로 인한 부상자가 많이 발생했기에 후반 추가시간이 9분이나 주어졌다. 추가시간 도중에 선제골 주인공 조소현이 강한 충돌로 일어나지 못해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추가시간이 더 주어졌다.
한국-독일전이 끝나기 전에 모로코가 끝내 1-0으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일이 16강에 올라가는 방법은 승리 외엔 남지 않게 됐다.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냈고, 결국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은 승점 4(1승1무1패)로 16강에 올랐던 2015 캐나다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승점을 가져간 것과 동시에 독일의 16강행을 좌절시켰다.
독일 선수들은 결과가 믿기지 않는지 주저앉거나 고개를 떨궜고,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 대다수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남자 축구대표팀이 일궈냈던 '카잔의 기적'을 떠올렸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남자대표팀도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패해 16강 진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독일을 만났다.
심지어 이때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많은 이들이 독일이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에도 김영권과 손흥민의 득점으로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비록 독일전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갔음에도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전에서 패하면서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전차군단'이라 불리며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이 월드컵 1라운드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1라운드가 토너먼트였던 시절까지 살펴봐도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후 무려 80년 만에 일어난 대형 사건이다.
이 경기는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아크 바르스 아레나에서 열렸기에 '카잔의 기적'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명경기로 꼽히고 있다.
남자대표팀이 러시아에서 독일을 침몰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한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태극낭자들이 이를 재현했다. 비록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또다시 독일의 발목을 잡으면서 16강행을 좌절시켰다.
사진=AP, DPA, 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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