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 세계 2위 독일과 1-1 비겼지만 '16강행 좌절'

박린 2023. 8. 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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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호주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3차전 한국 대 독일 경기. 조소현이 대회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독일과 비겼지만, 2023 FIFA 여자월드컵 16강 진출은 좌절됐다.

한국(FIFA랭킹 17위)은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독일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앞서 1, 2차전에서 모두 졌던 한국은 이날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꺾고, 같은 조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줘야 기적의 16강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승리하지 못하며 1무2패(승점1)로 조 4위에 그쳤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모로코가 예상을 깨고 콜롬비아를 1-0으로 제압했다. 나란히 2승1패(승점6)의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16강에 진출한 반면, 독일은 3위(1승1무1패·승점4)에 그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계 영국인’ 콜린 벨 한국 감독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6세 케이시 유진 페어(PDA), 21세 천가람(화천 KSPO)을 선발로 파격 기용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전반 3분 페어의 슈팅이 골키퍼와 골포스트를 연달아 맞았다.

전반 6분 이영주(마드리드 CFF)가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토트넘 출신 조소현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한 오른발 땅볼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탈리아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에 빗대 ‘조투소’라 불리는 조소현은 2015년 월드컵 스페인전 득점에 이어 한국여자 최초로 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린 선수가 됐다. 한국여자축구가 역대 월드컵 13경기 만에 처음으로 터트린 선제골이기도 했다.

독일 알렉산드라 포프가 헤딩 동점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반 42분 알렉산드라 포프(볼프스부르크)에게 헤딩 동점골을 얻어 맞았다. 후반 15분 포프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장신 공격수 박은선이 교체로 들어가 포프를 전담마크한 게 주효했다. 독일 특유의 사이드에서 올라온 크로스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후반 추가시간 9분이 주어진 가운데, 승리가 필요했던 독일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조소현의 부상으로 인한 추가 시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한국은 추가시간 16분까지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이날 김혜리(인천 현대제철)는 몸을 던지는 수비를 보여줬다. 에이스 지소연(수원FC)도 헌신적으로 뛰었다.

한국은 독일과 동반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 여자축구에게 역대 첫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안겼다. 앞서 한국 남자축구 역시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어 탈락을 선사하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남녀 모두 우승을 차지했던 독일축구는 한국과의 악연이 이어졌다.

콜린 벨 한국 감독. 연합뉴스


한국은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건 박수 받을 만 하다. 하지만 한국은 2019년에 이어 2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9년 한국을 맡은 벨 감독은 체력과 스피드를 강조하는 ‘고강도 축구’를 외쳤지만, 앞서 1, 2차전에서 대회 최고령팀(29세)의 한계와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C조에서 3전 전승을 거둔 일본은 세대교체에 성공해 평균연령 24.8세에 불과하다. 그래도 16세 페어와 21세 천가람이 독일전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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