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시간 걸었는데 못 들어간 잼버리 개막식... "대통령 와서 가방 검사하다가"

복건우 2023. 8. 3. 1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이동·소지품 검사로 구토 등 호소... 조직위 "처음 듣는 이야기"

[복건우, 박수림 기자]

 지난 2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 참석한 학생들 중 일부가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 제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석한 학생 일부가 폭염 속에서 3시간 동안 걷다서다를 반복하며 지난 2일 개영식(개막식) 현장에 도착했으나 결국 입장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참석 때문에 입장이 지체되다 결국 야영지로 되돌아갔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은 장시간 이동, 소지품 검사 등의 과정에서 폭염에 노출돼 구토 등을 호소했고, 학부모들은 "너무도 불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중학교 2학년 딸이 잼버리에 참석한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영지에서 개영식 현장까지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3시간 넘게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개영식 입장을) 기다렸다고 한다"라며 "(그렇게 기다렸음에도) 대통령이 온다고 경호원들이 가방 검사를 하느라 지연됐고 결국 (일부는) 개영식에 입장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 중인 학생들. 제보자는 "걸어서 30분 거리를 3시간에 걸쳐 도착했으나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참석 등을 이유로 결국 개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 제보
 
잼버리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한 단체 채팅방에는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메시지들이 남아 있었다. 2일 이 단체 채팅방에서 오후 9시(잼버리 개영식은 오후 8시 시작)께 오간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우리 대원들은 개영식에 못 갔다네요 ㅠㅠ"
"네. 지금 3시간 걸려서 걸어갔는데 다시 돌아간대요."
"애들도 지금 분노가."
"(일정에 대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뭔지."
"대통령님 오셔서 가방 검사 하느라 입장이 지연됐고 그리고 우선 장소가 협소하여."
"◯◯가 톡 보내 황당해 했었는데 ㅜㅜ"
"△△도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난다면서."

잼버리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보낸 B씨는 "개영식 현장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입장하지도 못한 채 소지품 검사를 받으며 3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일부는 결국) 야영지로 돌려보내졌다"며 "아이들을 통해서만 현장 상황을 전달받다 보니 너무 불안한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폐영식(폐막식)까지 아직 9일이나 남았는데 행사가 이대로 계속되는 것인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부모들은 개영식에 입장한 학생들 또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우리 딸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덥다', '어지럽다', '토할 것 같다'며 호소하고 있고 (일부는) 병원에도 실려 가고 있다"라며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사지로 내몬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울먹였다.

조직위 "대통령 참석으로 참석자 안전 더 신경써"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간척지에서 열리고 있는 2023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구급차가 수시로 도로를 오가고 있다.
ⓒ 새만금잼버리 캡춰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학생들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을 위해 학생들을 힘들게 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참석했기 때문에 (학생들) 안전에 더 신경을 썼으면 썼지"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소지품 검사 등을 이유로 오랜 시간 대기하고 일부는 결국 야영지로 돌아간 이유'와 관련해선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아 답을 드리기 어렵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잼버리 야외 행사들의) 잠정적 중단이지만 변동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대회가 시작된 1일 잼버리 야영지에서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 개막 이틀째이자 개영식이 열렸던 2일까지는 총 175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6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

특히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고 떠난 개영식에선 집단 탈진(150명 이송, 80여 명 치료, 60여 명 자력 회복)이 발생해 행사가 중단되고 소방당국이 한때 비상 대응 2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잼버리 개막식 중 83명 집단 탈진... 행사 중단에 비상 발령까지 https://omn.kr/251qq)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4년에 한 번 개최되며 올해는 8월 1~12일까지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로, 158개국 스카우트 청소년 3만 명을 포함해 총 4만3255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우리나라 참가자 수는 3896명에 이른다.
 
 지난 2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서 집단 탈진이 발생해 행사가 중단되고 소방당국이 한때 비상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 제보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