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 재현할 수 있을까…'조소현 선제골' 여자대표팀, 독일전 1-1로 전반 마무리 (전반종료)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태극낭자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있었던 '카잔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3일(한국시간) 오후 7시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전반전을 전반 4분에 터진 조소현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44분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마쳤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0-2로 패했던 한국은 2차전 모나코전에서 0-1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3차전 상대인 독일이 2차전 콜롬비아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극장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해 한국에 실낱같은 희망을 줬지만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낮기만 하다.
먼저 한국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먼저 2연승을 달성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은 H조 1위 콜롬비아가 3차전 모로코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이후 한국은 3차전 독일전에서 5골 차 대승을 거둬야 16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이는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차로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원하는 대로 이뤄진다면 한국, 독일, 모로코 모두 승점 3이지만 득실차에서 한국이 +2가 돼 독일(득실차 +0)을 누르고 극적으로 16강 진출 티켓을 얻게 된다. 모로코는 1차전 독일전에서 0-6 대패를 당해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일단 3차전 콜롬비아전에서 승점을 얻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축구 랭킹 2위에 빛나는 독일을 상대로 5골이나 뽑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대다수 국내 축구 팬들이 기적이 이뤄지기 보다 한국이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노리는 '콜린 벨호'는 4-5-1 전형을 내세웠다. 39세 대표팀 '맏언니' 김정미(현대제철)가 골문을 지켰고, 김혜리(인천 현대제철), 이영주(마드리드 CFF), 심서연(수원FC), 장슬기(현대제철)가 백4를 구성했다.
중원엔 추효주(수원FC), 천가람(화천 KSPO), 조소현(무소속), 지소연(수원FC), 최유리(현대제철)가 배치됐다. 최전방 원톱 자리엔 여자축구 미래로 불리는 케이시 유진 페어(PDA)가 독일 골문을 노렸다.
2007년 6월생으로 만 16세인 페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선수들 중 최연소 참가 기록을 갖고 있다. 페어는 지난 콜롬비아전에 교체로 나서 역대 월드컵 본선 사상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페어의 나이는 16세 26일이었다.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과 조소현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A매치 통산 148번째 출전을 기록해 남녀 모두 합쳐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경기 모두 모습을 드러냈던 이금민(브라이턴)은 컨디션 저하 탓에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태극낭자들이 여자축구 강팀인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정조준한 가운데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독일전 선제골의 주인공 다름 아닌 조소현이었다.
선제골은 수비수 이영주 발에서부터 시작했다. 전반 5분 높은 위치까지 올라온 이영주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려는 조소현을 발견해 독일 수비수들 사이로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했다.
이영주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조소현은 침착하게 왼쪽 골대 구석을 노린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 선수들은 혹시나 오프사이드를 기대해 부심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독일전 선제골로 조소현은 월드컵 통산 2호골 달성에 성공했다. 또한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달성한 경기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아내며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한국은 추가 득점을 위해 독일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공격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전반 35분에 지소연이 직접 먼 거리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향하면서 유효슈팅이 되지 못했다.
독일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던 한국은 전반 41분 결국 동점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독일 여자대표팀 주장 알렉산드라 포프가 김혜리와의 경합에서 승리하면서 헤더 슈팅에 성공했다.
포프의 헤더는 그대로 한국 골대 안으로 향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안정된 모습을 보이던 김정미도 포프의 헤더 슈팅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동점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다행히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역전골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한편,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태극낭자들이 남자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궜던 '카잔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도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패해 16강 진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독일을 만났다.
심지어 이때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많은 이들이 독일이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에도 김영권과 손흥민의 득점으로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비록 한국은 독일전에서 승리했음에도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 경기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전에서 패하면서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 경기는 카잔에서 열렸기에 '카잔의 기적'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명경기로 꼽히고 있다.
여자월드컵에서도 독일은 한국 상대로 패할 경우 16강 진출이 불발된다. 전반전이 1-1로 끝난 가운데 후반전에 한국 여자대표팀이 5년 전 남자대표팀이 해냈던 것처럼 독일 상대로 기적을 써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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