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캐 대사관 '폭염 잼버리' 비상…"직접 소통" 사실상 항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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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상주 모니터링"
이번 대회에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000여명의 스카우트가 참여하는 영국은 지난 1일 개막 이전부터 자국 대사관 직원을 현장에 파견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3일 중앙일보에 "영사 직원들이 사전 계획에 따라 참가자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상주하고 대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국 정부 당국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새만금 현장에 이날 기준 700여명의 스카우트 단원과 지원 인력 등 120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 대표단은 각국 대표단이 동시에 도착할 경우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질까 우려한 잼버리 조직위의 사전 요청에 따라 전날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주한 미군기지에 머무른 뒤 이날 새만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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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관련 韓과 소통"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날 중앙일보가 잼버리 상황 관련 대책을 묻자 "지난 수개월 간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들과 소통해 왔다"며 "행사장 및 서비스에 관한 우려가 있다고 인지한 즉시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 지도부 및 주한미군과 조율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이번 행사와 관련한 상호 우려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한국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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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인지…소통 중"
역시 잼버리 대회에 대표단을 보낸 캐나다도 주한캐나다대사관을 통해 이날 "잼버리 대회 관련 어려움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캐나다 스카우트 대표단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으며, 필요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캐나다대사관은 캐나다 스카우트, 한국 당국, 여타 대사관과 함께 스카우트가 안전하고 즐거운 잼버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최대한 신속히 현장 상황 관리에 나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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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대응 한계 여실
국제적 우려가 번지는 상황이지만, 잼버리 조직위는 온열 질환자 급증 등 현장 상황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세계 158개국에서 온 청소년 4만 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각국의 항의 내용을 접수한 이후에도 즉각적 조치에 나서지 않거나, 조치가 이뤄진 이후에도 해당국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않는 등 상시적 소통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국 등 각국이 주한 대사관 차원에서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새만금 현장에 대사관 직원을 파견하고 조직위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적인 협조 요청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주한 공관들은 공식 입장에서 '긴밀한 소통' '직접적 소통' 등으로 표현했지만, 외교가에선 이를 한국 정부에 대한 우려 표명과 재발 방지 요구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사실상의 항의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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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력 투입 추진"
주한 공관과 한국 정부 및 조직위 간 소통 창구를 맡고 있는 외교부도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수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참가국의 우려가 잇따른다는 지적에 "유관국으로부터 외교 공한·서한 접수시 여성가족부와 잼버리 조직위 측에 전달해주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조직위가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을 정리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협조와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각국의 요구사항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세계 잼버리는 기본적으로 국가 행사가 아닌 세계스카우트연맹 차원의 민간 행사로 모든 결정을 연맹에서 내리면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행사 준비 상황과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국 스카우트연맹과 대사관에서 주로 식사량 부족과 화장실 등의 위생 문제, 의료진 부족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밀 키트 등 먹을거리 제공, 간이화장실 추가 설치, 군 의료진 긴급 파견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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