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병대수사단, 돌연 감찰 뒤 문책…"책임소재 놓고 갈등"

이근평 2023. 8. 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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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해병대수사단이 사건을 경찰로 이첩한 뒤 돌연 군 당국의 대대적 감찰과 문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사전에 예고했던 수사 결과 발표를 갑자기 취소한 데 이어 또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선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빚어진 군 내부적 충돌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임무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달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안장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김성태/2023.07.22.

3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은 지난 주말까지 조사 내용을 최종 정리해 발표한 뒤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대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가 끝난 뒤 달라졌다고 한다. 장관 보고 직후 당일 오후로 공지됐던 언론 브리핑은 물론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실에 대한 설명 계획까지 갑자기 취소됐다. 국방부는 “경찰의 수사 전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발표를 취소한 배경을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군 당국은 지난 2일 오전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조사 자료를 같은 날 밤 경찰로부터 회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시에 해병대수사단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자체 감찰을 진행했다. 감찰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는 보직해임 결정이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민간 경찰의 정식 수사 전 군 조사는 이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지휘 체계 등 책임 소재를 들여다보는 게 당연하다”며 “해병대수사단이 잠정 결론을 내려 보고한 책임자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상부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군 일각에선 해병대수사단장을 보직 해임 조치한 배경에 대해 "책임 소재를 ‘아랫선’으로 내리라는 상부의 지시를 수사단에서 거부했다"거나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을 지휘 계통 전반으로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해병대가 구조활동에 투입되기 직전 '전날 구조 활동을 펼친 소방구조대보다 해병대가 확실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며 “해병대수사단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책임 소재의 범위를 확대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군 검찰은 경찰에 이첩했던 사건을 다시 가져오면서 ‘군기 위반 행위’가 파악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책임 소재에 대한 조정 지시를 수사단에서 거역했고, 군이 이를 항명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와 해병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강태화·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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