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병대수사단, 돌연 감찰 뒤 문책…"책임소재 놓고 갈등"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해병대수사단이 사건을 경찰로 이첩한 뒤 돌연 군 당국의 대대적 감찰과 문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사전에 예고했던 수사 결과 발표를 갑자기 취소한 데 이어 또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선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빚어진 군 내부적 충돌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은 지난 주말까지 조사 내용을 최종 정리해 발표한 뒤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대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가 끝난 뒤 달라졌다고 한다. 장관 보고 직후 당일 오후로 공지됐던 언론 브리핑은 물론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실에 대한 설명 계획까지 갑자기 취소됐다. 국방부는 “경찰의 수사 전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발표를 취소한 배경을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군 당국은 지난 2일 오전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조사 자료를 같은 날 밤 경찰로부터 회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시에 해병대수사단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자체 감찰을 진행했다. 감찰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는 보직해임 결정이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민간 경찰의 정식 수사 전 군 조사는 이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지휘 체계 등 책임 소재를 들여다보는 게 당연하다”며 “해병대수사단이 잠정 결론을 내려 보고한 책임자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상부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군 일각에선 해병대수사단장을 보직 해임 조치한 배경에 대해 "책임 소재를 ‘아랫선’으로 내리라는 상부의 지시를 수사단에서 거부했다"거나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을 지휘 계통 전반으로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해병대가 구조활동에 투입되기 직전 '전날 구조 활동을 펼친 소방구조대보다 해병대가 확실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며 “해병대수사단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책임 소재의 범위를 확대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군 검찰은 경찰에 이첩했던 사건을 다시 가져오면서 ‘군기 위반 행위’가 파악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책임 소재에 대한 조정 지시를 수사단에서 거역했고, 군이 이를 항명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강태화·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현역 피해자 도운 18세 학생 "지혈하는데 칼부림범 달려왔다" [영상] | 중앙일보
- "치욕" 운운 3억 다 챙긴 김은경..."그런 文알박기 100명 더 있다" | 중앙일보
- 삼전 바닥 맞힌 애널리스트 “주가 더 간다, 지금 담아라” | 중앙일보
- 녹취 들은 전문가 "주호민 억울할 것…사과할 사람은 아내" | 중앙일보
- "진짜 천송이 같네"…맨시티 홀란 사인 받고 소리친 전지현 | 중앙일보
- 그 식당 한국말은 "없어요"뿐…전세계 이런 차이나타운 없다 | 중앙일보
- 선글라스·후드티로 가리고…도망가는 사람들 쫒아 칼 휘둘렀다 | 중앙일보
- 오리역 이어 잠실역까지…온라인서 기승 부리는 '살인예고글' | 중앙일보
- '일본판 주민등록증' 18만원 준다는데…기시다 최저 지지율, 왜 | 중앙일보
- 녹취 들은 전문가 "주호민 억울할 것…사과할 사람은 아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