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옷 입은 40대 남성” 입력하면 CCTV가 찾아주는 기술 나온다
서울 중구 순화동 에스원 사옥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 지난 1일 찾은 이곳에서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공장 내 작업자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는 이날 노란색 작업복과 안전모를 착용하고 안전수칙 테스트에 참여했다. 카메라 앞에 서자 가로 2.5m, 세로 1.5m짜리 대형 화면에 16개 모니터에 기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전모를 벗자 불과 5초도 안 돼 ‘엥-’ 하고 소란스러운 경고음이 울리고, 화면에는 빨간색 알림 표시가 떴다. 이 알림은 실시간으로 관리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됐다.
상하 한 벌인 작업복에 이상이 생기면 어떨까. 이번엔 작업복에서 팔을 빼기도 전에 경고음이 울렸다. 두 명 이상 근무해야 하는 작업 현장에 장시간 한 명만 있는 경우에도 경고 메시지가 날아온다. 단병규 에스원 영상인식랩 수석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CCTV를 통해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관리자는 작업장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 안전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와 접목해 속성 인식 고도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능형 CCTV 등 사고 예방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스원 측은 “2013년 출시한 ‘스마트 비디오 매니지먼트 시스템(SVMS)’ 솔루션 판매량이 최근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공사 현장이나 대형 빌딩, 터널, 무인 매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특성에 맞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맞춤형 상황 진단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터널에서는 차량이 오래 멈춰있거나 역주행·유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보다 빠르게 인지가 가능하다.
이날 R&D센터에서는 전남 신안의 한 섬에 설치된 CCTV 속 영상을 분석해 인식 수준을 보다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이날 섬의 농기계 창고 앞에 설치된 카메라 두 대에 자정부터 오후 3시까지 15시간 동안 포착된 주요 움직임은 총 5110건이었다. 이 회사 연구진이 ‘침입’ 알고리즘을 선택하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나 동물의 움직임 등을 제외하고, 실제 사람이 창고를 드나드는 영상 19건이 나타났다. 이동성 에스원 연구팀장(상무)은 “10년 전에는 같은 상황에서 400건가량이 추출됐을 것”이라며 “그만큼 분석 수준이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나잇대나 옷차림, 소지품 등을 인식하는 기능도 적용하고 있다. 가령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백팩을 중년의 남성을 찾아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추출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동성 상무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와 접목해 더 편리하게 원하는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 분석 시장 2027년 146조원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능형 CCTV를 포함한 글로벌 영상 분석 시장 규모는 올해 61조원에서 2027년 146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배유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지능형 CCTV를 활용하면 특정 사건 발생 시 알림을 주는 식으로 실용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안전·경비 분야 중심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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