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하고 성경필사…마약 중독자들의 24시간 회복 분투기

이현성 2023. 8.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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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경건의 시간(QT)' 모임을 가지기 위해 삼삼오오 강의실로 모였다.

지난 2일 오전 8시 마약중독 재활시설 경기도다르크(다르크·센터장 임상현 목사)에서다.

나씨는 "마약을 했지만 다르크에 오기 전까지는 크게 가책을 느끼지 못했었다"며 "매일 QT를 하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했다"고 고백했다.

임상현 목사는 "마약 중독을 병으로 인식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영성을 회복할 때 도덕성과 가치관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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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8시마다 ‘경건의 시간’…성경 필사한 노트만 21권
“말씀 앞에 지난날 되돌아보고 반성했다”
마약 중독 회복자들이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 경기도다르크 QT모임에서 로마서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경건의 시간(QT)’ 모임을 가지기 위해 삼삼오오 강의실로 모였다. 지난 2일 오전 8시 마약중독 재활시설 경기도다르크(다르크·센터장 임상현 목사)에서다.

맨발에 반바지 차림을 한 마약중독 재활 치료자(입소자)들은 둘러앉아 로마서 8장 1~17절을 교독하고 전날 밤 미리 묵상한 내용을 나눴다. “육신의 생각을 버리고 영의 생각을 따르고 싶습니다.”(안지환·가명·27)“악한 생각을 끊어내기 어렵습니다. 매일 말씀으로 연단하면서 하나님께 나아가길 원합니다.”(나우현·가명·27)

입소자들이 QT를 마치자 ‘다르크 미팅’ 시간이 시작됐다. 다르크 미팅엔 입소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 센터장도 들어가지 않는다. 입소자들이 마약 중독 문제를 비롯해 평상시 고민거리나 몸 상태 등을 나누는 시간인데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곧 점심 식사가 시작됐다. 두 입소자는 15분 만에 점심을 해치우고 책상 앞에 앉았다. 성경 필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창세기부터 필사를 시작한 강변석(가명·43)씨는 1년여간 노트 21권에 말씀을 옮겨 적었다. 이날 강씨는 시편 22편을 쓰고 있었다. 나우현씨도 옆에서 시편을 필사했다. 시편 71편 쓰고 있던 그는 “시편에는 솔직하고 간절한 고백이 많이 나온다”며 “‘징계하지 말아달라’ ‘구원해달라’는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나씨는 현재 재판을 8건 앞두고 있다.

입소자들이 다르크를 찾은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공통점은 마약이었다. 안지환씨는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고 병원을 찾았지만,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퇴원하자마자 전 여자친구와 마약을 한 그는 경찰에 붙잡혔다. 구치소에 면회 온 어머니의 눈물 앞에 안씨는 회복을 다짐했다.

마약 중독 회복자인 나우현(가명)씨가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 경기도다르크에서 자신의 QT 책을 들고 있다.

나씨 역시 일상을 되찾으려 다르크 문턱을 넘었다. 다르크에 입소한 지 반년이 됐지만, 그의 왼쪽 허벅지엔 여전히 필로폰을 투약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씨는 마약으로만 2억원을 탕진했다고 한다. 돈뿐 아니라 건강도 잃었다. 그는 “마약을 하면 여자 목소리가 들리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환각도 경험했다”고 했다.

회복의 열매를 거두고 퇴소를 앞둔 이도 있었다. 이정수(가명·26)씨는 이달 말 다르크를 떠난다. 다르크에 입소한 지 22개월 만이다. 자칭 클럽 죽돌이였던 그는 원나잇 파트너를 통해 스물한 살 때 처음 필로폰을 접했다. 마약 중독 이후 그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학사경고도 두 번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다르크에 입소하고 생활을 고쳐나갔다. 그의 성적표가 회복을 증명했다. 다르크에서 지내면서 대학을 다닌 이씨는 지난 학기 5개 과목 중 4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그는 현재 일반기계기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회복하는 건 아니다. 재판 결과 법정 구속이 되지 않으면 다시 마약을 찾은 사례도 있다.

“오늘 참고 내일 마약을 해야겠단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어요. 1년이 고비였던 것 같아요. 옆에서 함께 참는 ‘전우’가 있어 버틸 수 있었네요.” 이씨는 2년 가까이 마약과 싸운 비결을 공유했다.

성경 말씀에서 중독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는 간증도 있었다. 나씨는 “마약을 했지만 다르크에 오기 전까지는 크게 가책을 느끼지 못했었다”며 “매일 QT를 하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했다”고 고백했다. 나씨 QT 책엔 여백이 없을 정도로 묵상 내용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그는 “혹여 재판 결과 교도소에 가더라도 성경은 계속 읽고 싶다”고 말했다.

임상현 목사는 “마약 중독을 병으로 인식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영성을 회복할 때 도덕성과 가치관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중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임상현 목사가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 경기도다르크에서 시설 규칙을 소개하고 있다.

남양주=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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