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약속도 했는데... 잼버리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성태 2023. 8.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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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작가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환자 속출에 영국 외무부 "상황 주시"... 준비 부족 우려가 현실로

[하성태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이 열리는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
ⓒ 부안군 제공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을 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됐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 조직위 최창행 사무총장이 3일 브리핑에서 "어느 나라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놓은 설명이다. 조직위는 개영식이 열린 2일에만 온열 환자 108명을 포함해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조직위 사무총장이 온열 질환자 발생 요인을 설명하며 K팝 콘서트나 참가자 탓을 한 것이다. 

범위를 넓혀 볼까.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일을 전후해 400명이 온열 질환을 호소했다. 개막 이틀째인 2일까지 야영지 내에서 총 175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6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 이번 잼버리 참가 인원은 총 4만 3000여 명이다(관련기사: 새만금 잼버리 온열환자 속출... 심상정 "당장 행사중단 검토해야" https://omn.kr/2520s).
  
▲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일 202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전북녹색연합 등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잼버리 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급 폭염 속에 강행된 글로벌 잼버리에서 환자가 속출하는데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열악한 환경과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온다. 반면 조직위 사무총장은 공개적으로 'K팝 콘서트에 열광한 청소년들 탓'을 하며 '어느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으로 치부하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라고 밝힌 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2일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대회 환경을 열거하며 "혐한 제조 축제"라 결론지었다. 전 세계 158개국 청소년들이 참여한 잼버리가 자칫 K-컬처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훼손하는 나라 망신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그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가 본인 소셜 미디어에 해당 소식을 전하는 한편 세계스카우트연맹 공식 페이스북에도 이번 대회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영사관 직원들이 현장에 배치됐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 스카우트와 한국 당국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특히 3일 영국 <가디언>은 대회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는 영국 외무부 대변인의 입장을 전했다. <가디언>은 <폭염 속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수백 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는 한국발 기사에서 "158개국 4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행사 첫날 최소 400명이 치료를 요하는 온열 질환 증상을 보였다"며 환자가 속출한 잼버리 현황을 신속히 소개했다.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청소년들은 4500여 명에 달한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서 대회 참가자들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 연합뉴스
 
외신들이 보도 나선 잼버리 

"문제가 아닌 게 하나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 같아요. 제가 봤을 때."

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한 대회 참여 학생 학부모는 분통을 터트렸다. 열악한 시설, 조직위 준비 부족, 응급 환자 대응 등 지난 3월 대통령과 정부가 전폭 지원을 약속한 잼버리 대회 환경 모두가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의견들을 중심으로 대회 중단 요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지역 정치인과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이번 잼버리 대회의 준비 부족 상황이 이미 제기돼 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 주관부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다. 여가부와 함께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와 주관을 맡았다.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본 잼버리 대회에 앞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를 개최 2주 전 돌연 취소했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연기됐던 프레잼버리 개최가 두 차례나 취소된 것이다. 지난해 조직위는 취소 이유로 역시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을 들었다.

반면 실제 취소 사유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정감사 기간이던 지난해 10월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김제시부안군)은 "(프레잼버리 개최 취소의 근본 원인은) 야영장 내 기반 시설 준비 부족"이라며 "7월 중 폭우로 잼버리 예정지 곳곳이 물바다가 됐고, 진흙투성이로 변해 사실상 야영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과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조직위의 준비 부족이 지적돼왔던 것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편의점에 음료수와 얼음 등을 사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우려도 현실이 됐다. 2일 <시사저널> 호남본부에 따르면, 480억 예산의 메인센터 건물 공사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아직 진행 중이다. 또 야영지 밖 도로인 웰컴센터 진입 도로 역시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시사저널>은 "인허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조직위 해명을 소개했다.

메인센터 건물이 내년에 완공되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앞선 프레잼버리 개최 취소를 "나라 망신"으로 규정했던 이원택 의원은 지난해 이런 분석을 내놨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본 잼버리 대회의 파행 역시 예고된 참사였다고 볼 수 있다.

"(프레잼버리 취소라는) 이 같은 사태는 잼버리 주관 부처인 여가부와 전라북도, 스카우트연맹 등 관련 주체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년에 열릴 세계잼버리 본대회 준비를 꼼꼼히 체크하고 챙겨야 할 주관 부처 수장인 여가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여가부 폐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게 될 것이고, 여가부가 갈팡질팡하다가 새만금 잼버리를 자칫 망칠 수 있다."

여가부 폐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폭염·폭우 및 비산먼지 대책 마련, 해충 및 감염병 예방대책 마련, 관광객 편의시설 마련 등 현재 불거진 잼버리 준비 부족 문제 역시 이미 지난해 지역 정치인 및 지역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우려들이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문을 연 잼버리 소방서의 구급차가 2일 행사가 열리는 부안군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려가 현실로 

또 새만금 갯벌 간척 개발을 반대하는 단체들 중심으로 대회가 치러지는 새만금 잼버리 야영 부지 자체가 갯벌을 개발한 농업용지로 야영에 적합지 않은 부지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최근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새만금 개발에 열을 올린 정치인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잘못한 건 어른들입니다. 전북 도내 정치인들은 잼버리 대회 준비는 뒷전이고 새만금 매립 속도를 높이고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는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잼버리 하려면 비행기 띄워야 한다. 그러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라면서 먼지만 날리는 관광 용지에 2천억 넘는 농지기금을 쓰는 꼼수를 썼습니다."

새만금 잼버리가 전북도의 숙원 사업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송하진 전 도지사가 수장이었던 전북 유치단이 지난 2017년 8월 유치에 성공한 이후 준비 기간만 6년이요, 이후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고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막상 뚜껑을 열자 갖가지 문제들이 언론 보도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내·외로 타전되는 중이다. 온열 환자 속출에 따른 대응 미비를 필두로 인프라 및 현장 대응 부족 등 이미 제기됐던 우려를 국내·외 청소년들이 몸소 체험하는 셈이 됐다.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잼버리는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을까.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로 추대된 윤석열 대통령은 "어린 시절 제게 보이스카우트 활동은 엄청나게 큰 즐거움"이었다며 잼버리 성공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3일 개영식에 윤 대통령이 참석했다. '나라 망신'이란 지적이 속출하는 잼버리 대회의 준비 부족 사실을 윤 대통령이 과연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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