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네이버, 직방에 날세운 중개사협회와 10년만에 뭉친 이유는
네이버가 직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중개사협회)와 손을 잡았다. 이들이 10년 만에 다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전략적 파트너’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야
네이버파이낸셜은 중개사협회와 부동산 중개 시장 발전과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양 기관은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중개사협회 회관에서 만나 ‘네이버페이 부동산’을 통해 공인중개사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부동산 매물 정보 유통 활성화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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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는 중개사협회가 운영하는 플랫폼 ‘한방’과 연계해 부동산 앱 1위인 직방과 호갱노노를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직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개사협회의 경우 네이버 손을 잡고 ‘한방’의 경쟁력을 키워 직방과의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직방 견제라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네이버페이에서 자산·결제·금융상품·증권 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6월 통합했다. 서비스 명칭도 네이버페이 부동산으로 바꿨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11만 공인중개사들과 다시 협력해 상생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양 기관이 부동산 중개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 가능한 서비스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방에 날 세운 중개사협회, 배경은
중개사협회와 직방의 갈등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의설립단체인 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협회가 회원 단속 권한을 갖는 이 법안을 두고 직방 등 프롭테크 업계는 “회원 징계 권한 등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개사협회가 중개수수료 할인을 제한했는지, 직방 등 경쟁 부동산 중개 플랫폼 이용을 제한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중개사가 중개 수수료를 허위 광고했다며 인근 다른 중개사들이 피해를 호소하자 협회가 확인한 것”이라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네이버-중개사협회, 어떻게 협력할까
네이버와 중개사협회가 MOU를 체결함에 따라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공인중개사 11만3000여명의 프로필과 경력 정보 등이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노출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구체적인 노출 방식은 협의 중”이라며 “협회 회원 중개사들은 네이버페이 부동산에서 매물 정보를 탐색하는 사용자들에게 자신만의 전문성과 강점을 강조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한방’에서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전송할 수 있는 매물 건수가 지금은 월 15건이지만 앞으로는 20건으로 확대된다. ‘한방’ 플랫폼을 통할 경우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매물을 별도 등록비 없이 무료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한방을 거쳐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올리는 매물 외에도 네이버에 건당 1500~3000원의 광고비를 내며 매물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장 네이버 등록 매물 5건이 늘어난 것보다,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위해 무엇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방은 어때
직방은 지난해 7월 약 1200억원을 들여 삼성SDS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분을 인수하는 등 ‘스마트홈’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와 부동산 시장의 불황과 맞물려 지난해 3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82억원) 대비 4배가 넘는다. 당기순손실은 2021년(130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51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4월 인사 평가를 거쳐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직방은 이번 네이버와 중개사협회의 MOU와 향후 움직임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네이버파이낸셜 부동산의 영향력이 큰 만큼 직방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협회와 손을 잡고 아파트 등 매물을 확보하기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지고 네이버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이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는 국면에서 ‘IT스타트업의 큰 형님’인 네이버가 중개사협회의 손을 잡은 것이 프롭테크 혁신에 도움이 되는 것일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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