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A' 文정권 에이스 LH의 배신…감사는 文특보가 꿰찼다

함종선 2023. 8.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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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인부들이 보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엘피아(LH+마피아) 카르텔’이 지목되고 있다. LH 퇴직자들이 건설업계의 ‘3권’인 설계·시공·감리 각각에 대거 포진해 LH 현직들과 서로서로 눈감아준 게 대규모 부실공사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금 LH는 전 국민의 분노를 부르는 공적이 됐지만, 문재인 정부 때의 LH는 공기업 중 ‘부동의 에이스’였다. 공기업 평가 시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창출 실적에 높은 배점을 준 문 정권의 국정운영철학에 따라 LH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전체의 20%가량이 받는데 1군 공기업 중 3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일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직원 수는 2016년 말 6589명에서 2020년 말 9566명으로 2977명(45%)이 늘었다. LH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크게 2번에 걸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직원 수는 크게 늘었지만, 내부 통제시스템의 문제점은 속속 드러났다.

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해야 할 LH 감사실은 2020년 “모 씨는 개발예정지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지인 부인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구체적 정황을 담은 제보까지도 묵살했다. 이후 2021년 3월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연관 있는 지역에 집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이른바 ‘LH 땅 투기’사건이 터졌다.

2018년 3월부터 임기(2년)를 훌쩍 넘긴 2021년 4월까지 LH 상임감사를 했던 허정도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디어 특보를 맡았다. 그의 활동은 시민사회운동, 언론인, 작가, 대학에서의 후배양성, 도시전문가 등으로 소개되고 있고 ‘감사’업무 경력은 찾을 수 없다.

2020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시의 LH 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LH사장(사진 오른쪽)과 임대주택을 살펴본 뒤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일반 아파트와 달리 수천만원을 들여 '쇼룸'을 만들었다는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LH의 한 직원은 “허 감사는 ‘실수해도 괜찮으니 소신 있게 일하라’며 외부 감사인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후 감사실이 많이 물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에는 징계사유 발생 건수 중 20% 정도가 징계위원회를 거치며 '징계 감경'이 이뤄졌다. LH는 2019년 7개월에 걸쳐 ‘건설현장 안전분야 부패 근절’을 목표로 감사했고, 그 결과 허 감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기관 표창’받았다. 이 같은 상이 무색하게 지금 LH의 건설현장은 ‘철근 누락’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 허 감사는 문 정부의 첫 LH사장 후보에도 올랐다.

하지만 문 정부가 임명한 첫 LH 사장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세종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인 그는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보다 낫다고 말했고, 최근 ‘전세사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임대차 3법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임대료 인상을 목적으로 2년마다 사람을 나가게 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기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고, 주택을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그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함께 도시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도시연구소’ 출신이다. 이 연구소 인사 중 상당수는 ‘헨리 조지 신봉론자’다. 헨리 조지는 토지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 19세기 미국 경제학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대학의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이번 엘피아카르텔 사태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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