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품고 허리띠 조인 카카오, 바닥 찍었나…지역상권·AI로 승부 [팩플]

심서현 2023. 8.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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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카카오 사옥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분기 매출 2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지난 1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저조한 실적을 발표한 뒤 저점을 찍고 조금씩 올라오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투자 등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관심사 기반 소통’과 음악 사업을 통해 회복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카카오 매출 뜯어보니


3일 카카오는 지난 2분기 매출 2조425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 증가, 영업이익은 34% 감소한 수치다. 이번 분기부터 실적에 편입된 SM엔터를 제외하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고 영업이익은 4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6%를 기록했다. SM엔터를 제외해도 영업이익률은 동일하다. 직전 분기(4.1%)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네이버(1분기)와 우아한형제들(지난해)의 영업이익률이 14%대였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신재민 기자

① 카톡 매출 버금가는 음악 매출
이제는 누가 봐도 음악 회사다. 지난 분기 카카오 매출을 부문별로 보면 톡비즈(카카오톡)가 50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4.6%를 차지했고, 뮤직 부문이 4807억원으로 23.5%를 차지했다. SM엔터 편입 효과로 뮤직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130%에 달했는데, SM엔터를 제외한 성장률은 15%다. 카카오 측은 “하반기 에스파와 아이브의 북미 활동에 예정돼 있어, 글로벌 시장 성장을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② 효도한 플랫폼, 포털은 ‘불효자’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부문 매출은 3963억원으로 전년보다 6% 늘었다. 특히 모빌리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카모는 주차장·대리운전 등 사업 확장으로 지난 2021년 흑자 전환했다.

게임은 주력 게임 ‘오딘’의 하향세로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2686억원을 기록했고, 스토리 부문(웹툰·웹소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수준(2310억원, +1%)이었다. 포털비즈(다음) 매출은 895억원으로 -13% 역성장했다.

김영옥 기자

③ 졸라 맨 허리띠
SM엔터 편입을 제외하면 카카오 직원 수는 지난 분기보다 72명 줄었고, 마케팅비 지출도 전년 대비 20% 줄였다.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대표는 “전사적으로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인해 인프라비와 상각비가 각각 20%, 36% 증가했다. 배 총괄은 “올해 하반기 AI 투자를 많이 하면서 비용이 피크에 달하고 내년에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톡의 확장 몸부림


① ‘연락처 기반’ 아닌 ‘관심사 기반’
카카오는 그간 ‘카카오톡 3탭’의 활용을 고심해 왔다. 1탭은 카카오톡 친구 목록, 2탭은 채팅 창 목록, 4탭은 쇼핑을 고정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3번째 탭에선 뉴스나 사용자 콘텐트를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지난 5월부터는 오픈채팅(익명 소통이 가능한 공개 대화)을 3탭에 넣고 있다. 홍은택 대표는 “오픈채팅 탭에 매일 1000만 명 이상 이용자가 방문해, 기존 뷰탭 대비 2배 이상 늘었다”라고 말했다. 3탭이 임자를 만나, 정착한다는 얘기다.

오픈채팅 강화는 카카오톡을 지인 기반의 메신저에서 관심사 기반의 소셜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홍 대표는 “이용자들이 관심사 기반으로 비(非)지인과 새로운 관계를 확장하며 카카오톡 내 활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카톡 선물하기를 비지인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구매방식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 카톡인가 당근인가
카카오늘 이날 로컬(지역) 서비스를 내내 강조했다. 이용자가 동의한 지역 정보를 활용해, 세분화된 지역 맞춤 콘텐트를 추천하고 소상공인에게 유용한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편의점과 정육점, 식품점 등 동네 상권을 톡 채널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대면 친구에서 비대면 친구, 비지인 친구로 관계를 확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네 친구로 확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세분화된 지역에 기반한 소상공인 추천·예약·소통 서비스는 동네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진출해 있다. 공교롭게도 당근마켓의 김용현·김재현 공동창업자와 올해 신임 대표로 취임한 황도연 대표 모두 카카오 출신이다. 카카오와 카카오 출신들이 ‘동네 단골가게’에서 맞붙는 셈이다.

김영옥 기자

비용 균형 찾는 AI


카카오의 AI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오는 10월 이후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점은 ‘초거대’보다는 ‘비용 효율성’에 찍혔다. 홍 대표는 “다양한 영역의 버티컬 서비스에 빠르게 결합할 수 있는 경량화 언어모델도 공개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누가 먼저 초거대 AI 모델을 구축하느냐의 게임이라기보다는, 누가 비용이 합리적인 적정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에 적용하느냐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 대표는 B2C(개인 소비자 대상) 무료 AI 서비스를 섣불리 내놓기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살필 방침을 밝혔다. 그는 “고객이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드는 인프라 비용이 회당 1원 이하로 떨어질 때만이 무료 서비스가 의미를 갖는다”며 “1원 이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며 카카오가 떠안는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적정한 크기(매개변수 수)의 AI 모델 구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 카카오는 공동체(그룹사)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적용해볼 계획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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