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을 볼모로… 러, 우크라 곡물 시설 타격

송태화 2023. 8.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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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다뉴브강 유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해 저장 시설에 비축된 곡물 약 4만t이 소실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교역로를 틀어쥐고 식량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한 뒤 약 2주 동안 18만t의 곡물과 항만 인프라 시설 26곳, 민간 선박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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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을 드론으로 야간 공습했다. 사진은 다뉴브강 유역 우크라이나 항만의 모습으로 공격을 받은 건물들이 불타는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다뉴브강 유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해 저장 시설에 비축된 곡물 약 4만t이 소실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흑해 곡물 협정을 탈퇴한 러시아가 대체 수출로까지 공격 목표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전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교역로를 틀어쥐고 식량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장관은 이날 “러시아군의 이즈마일 공습으로 중국, 이스라엘, 아프리카 국가들로 향하던 곡물 약 4만t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댄 다뉴브강 항구 도시 이즈마일을 드론 수십 대로 공습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11대를 요격했지만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이 공격으로 이즈마일에 있던 곡물 저장 창고와 항만 터미널, 해운사 시설 등이 파손됐다. 곡물을 싣고자 항구로 들어오려던 국제 화물선들은 입항하지 못하고 근처 해역으로 배를 돌려야 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작전사령부는 “적의 목표는 분명히 항만 시설과 산업 인프라였다”고 비난했다. 세계로 수출되는 식량을 의도적으로 노린 공격이라는 것이다.

다뉴브강은 러시아가 봉쇄한 흑해를 우회해 서방으로 향할 수 있는 대체 수송로로 활용됐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다뉴브강을 따라 3곳의 항구를 운영한다. 곡물을 이곳으로 옮긴 뒤 바지선이나 열차로 루마니아의 흑해 항구 콘스탄차로 이송해 외국으로 수출한다.

러시아군의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항구도시 이즈마일을 드론으로 야간 공습했다. 사진은 공습으로 파괴된 이즈마일의 해운 회사 모습.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곡물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에도 이즈마일에서 약 40㎞ 떨어진 도시 레니의 항만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한 뒤 약 2주 동안 18만t의 곡물과 항만 인프라 시설 26곳, 민간 선박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생한 피해까지 합치면 총 곡물 손실량은 22만t에 이른다. 81만명이 1년 동안 먹을 양이라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설명했다.

다뉴브강이 러시아군의 표적이 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도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게 됐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뉴브강의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 공격은 전쟁범죄이며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이 막히면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은 물론 아프리카 빈국을 중심으로 식량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5% 가까이 상승했다가 흑해 곡물 협정 재논의 가능성에 하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하고 튀르키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대로 흑해 곡물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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