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 축제인지, 생존 싸움인지" 폭염 대비 부족 '잼버리'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2023. 8.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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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벌레도 많아서 잠도 못 잤습니다. 'K-야영'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어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야영 축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됐다.

전북민중행동과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께 전북 부안군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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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간척지가 머금은 습도 더해져 최악의 야영 환경
10분 만에 속옷까지 땀으로 젖어…찌푸린 얼굴만 가득
대회 이틀 만 온열환자 대비 약품 동나…운영 허술 지적

"너무 더워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벌레도 많아서 잠도 못 잤습니다. 'K-야영'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어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진행 중인 3일 오후 행사에 참가한 스카우트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민현기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야영 축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됐다. 폭염으로 인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작한 잼버리에서는 이틀 만에(2일 오후 10시 기준) 여명의 99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폭염으로 인한 환자는 온열질환 207명, 뜨거운 햇빛으로 인한 화상인 일광화상 환자는 106명이다.

이날 환자까지 집계된다면 환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1시께 기자를 대상으로 한 잼버리 워킹 투어에 참여해보니 참가자들의 찌푸린 인상이 왜 그랬는지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걷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속옷까지 다 젖었고 30분 만에 티셔츠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습한 공기 탓에 숨은 턱턱 막혔다. 관계자가 들고 다니는 온도계를 바라보니 수은주는 4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현재 폭염과 함께 간척지가 머금고 있는 습기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찜통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전 세계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찌푸린 인상만이 가득했다.

이곳은 축제 행사장이지만 흡사 난민촌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살인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스카우트들은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가 더위를 막겠다고 준비한 '덩굴 터널'은 천장이 있지만 강한 햇빛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활동한 10년 차 스카우트도 이곳의 더위는 참기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인도에서 온 파라그(19)씨는 "한국의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오랜 기간 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오지를 다닌 나는 버텨낼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태어나 처음 겪는 더위에 미칠 노릇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스카우트들에게도 견디기 벅찬 건 마찬가지였다. 서울서 스카우트 활동을 하기 위해 새만금을 찾은 김세훈(서원초3)군은 "외국인 대원들을 만나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마치 바비큐가 될 것 같은 날씨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날씨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행사와 함께 온열질환자에 대한 대비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조직위가 사전에 확보한 온열질환 치료약품인 노말셀라인(생리식염수)와 하트만 용액 등 열 탈진 및 실신 환자에게 수분을 공급하는 약품이 부족한 상태다.

대회 이틀째 잼버리 숙영지에서 100여명에 달하는 온열질환자가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뒤늦게 인근 의사협회와 관계부처 등에 공문을 통해 약품 확보를 요구했고 원광대병원이 이날 하루치의 약품을 현장으로 보냈지만 비상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인명사고를 우려하면서 대회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민중행동과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께 전북 부안군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국민들에게는 자제가 권고되는 야외활동을 국제행사가 진행하고 있다"면서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당장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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