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철근누락도 文정부 탓?” 부글부글 野, 여당일 땐 어땠나
윤석열 정부가 최근 여러 사건·사고의 책임을 잇달아 전 정부에 돌리자 더불어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감리가 이뤄졌다”며 “문제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반(反) 카르텔 정부다.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폭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정부·여당은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의 홍수취약지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하천 정비사업이 거의 안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당은 전 정부에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물 관리 기능을 이관한 ‘물 관리 일원화법’을 수해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부가 각종 사건·사고에 전 정부의 책임을 거론한 건 올해만 벌써 수차례다.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의 원인을 놓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원인이 언제 쌓인 거냐고 하실 수 있는데, 지난 정부 시기”라고 지목했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의 밤샘 집회는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시위에도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윤 대통령 5월 23일 국무회의)로 진단했고, 마약범죄 증가도 “지난 정부에서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온 검찰의 손발을 자르면서 마약의 위험 비용이 낮아졌다”(한동훈 법무부 장관 4월 21일 당정협의회)며 전 정부에 원인을 돌렸다.
이 같은 진단에 야권의 불만은 누적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도 대책을 같이 찾으려고 하는데, 시작부터 정쟁으로 도발하니 협의를 할 의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집권한 지 1년을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전 졍권 탓을 하고 있다”며 “각종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수수방관하며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각자도생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정부가) 문재인 합창단 같다”(2일 박용진 의원)라거나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문땡 회의’다. 9시에 회의를 딱 시작하면 문재인 정부 탓을 하기 때문”(6월 15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같은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역시 자주 ‘전 정부 탓’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집권 4년차이던 2021년 초 LH 땅 투기 사태 당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정부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후 비대한 조직 내부에서 쌓여온 부정부패와 적폐가 터지고 있다”고 진단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정책위의장이던 홍익표 의원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3법’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누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방조했는지 엄격하게 봐달라”고 말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선 특히 전임 정부 탓이 잦았다. 2018년 7월 ‘고용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여할 수 있는 재정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8월 20일 이해찬 당 대표 후보)고 주장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 유예하는 등 국가가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고, 3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것”(9월 18일 박영선 의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 정부 탓 대신 실효적 대책 마련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라”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난 정권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전 정부 탓’이 하나의 정치 관행이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방지할지에 중점을 둬야지, 정권교체 1년이 넘도록 전 정부 탓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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