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40도 폭염이 태풍 밀어냈다…한반도 '거대 고기압' 역설

정은혜 2023. 8. 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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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서남부 해상에서 올라온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2일 오키나와에 많은 비와 강풍이 불었다. 힘겹게 거리를 걷고 있는 오키나와 현 주민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기상청 예보국 관계자는 3일 “현재 한반도를 덮고 있는 두 거대 고기압 기단이 태풍을 막는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 일부가 떨어져 나와 한반도에 붙으면서 당분간 태풍이 일본 남부 해상을 따라 올라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주원 기자

이날 기상청은 느린 속도로 북서진 중인 태풍 ‘카눈’이 4일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390㎞ 부근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어, 일본 가고시마 남부 해상을 향해 동북동진할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매우 강’ 수준인 태풍의 강도는 내일부터 ‘강’으로 다소 약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최근 한국의 수치예보모델과 큰 차이를 보였던 영국과 유럽의 수치예보 모델도 예보의 차이를 좁혔다. 세 모델 모두 3일 현재 카눈이 가고시마 남부 해상으로 진출한 뒤 일본 열도를 통과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폭염 몰고 온 고기압의 역설…“태풍 북진 막아”


김영희 디자이너
한반도는 현재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시에 덮고 있어 일 최고 체감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겪고 있다. 대신 한반도 위로 산처럼 쌓인 공기층이 태풍의 북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쪼개지면서 오히려 일본 남부 해상을 따라서는 공간이 열렸다. 태풍이 당분간 일본 남부 해상에서 북서진하다 열도에 상륙해 동해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시되는 이유 중 하나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온 오키나와현을 비롯한 일본 남부는 강풍과 폭우로 비상이 걸렸다. 이날 NHK에 따르면 오키나와에서는 강풍 탓에 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을 입었다.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에서도 태풍 때문에 2명이 다쳤다. 오키나와 섬의 한 마을에서는 24시간 동안 300mm에 달하는 호우가 쏟아져 비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 이어 다음주까지 체감온도 35도 무더위”


3일 대구 낮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수성구 파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에 설치된 중앙분리대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려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반도는 펄펄 끓었다. 전날에 이어 체감기온이 35도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주말까지 매일 전국 낮 최고기온이 30~36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거나, 밤사이 습도가 80%에 육박하는 지역도 있어 열대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전라·경상권 내륙 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는 소나기가 쏟아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다. 4일 예상 강수량은 5~60㎜, 남부 내륙의 일부 지역에서는 8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지역은 5일까지 강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온열 질환과 함께 비 피해도 예방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권고했다.

다음 주까지도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 기온은 29~36도로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다음 주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에 따라 비가 오는 지역과 시점이 변경될 수 있으니 최신 예보를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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