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징용 '공탁 불수리'에 자문 로펌 교체…문제는 비용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추진중인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최근 새로운 법률 자문 담당으로 법무법인 바른을 선임했다. 지원재단은 제3자 변제안과 관련, 올 초부터 법률 자문을 제공받았던 법무법인 세종과는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다. 지난달 각 법원 공탁관이 외교부·지원재단의 배상금 공탁 신청을 잇따라 불(不)수리하며 논란이 증폭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세종은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설계·발표·추진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완결성을 검증하고 보강하는 등 일체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일본 피고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이 아닌 제3자에 해당하는 지원재단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이를 거부한 피해자에 대해 법원 공탁 절차를 진행한 것 역시 세종의 법률 자문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공탁 불수리'에 제동 걸린 3자변제
정부 소식통은 “제3자 변제에 반대하는 분들에 대한 공탁 신청이 접수조차 되지 않은 채 공탁관에 의해 불수리된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이후 정부 안팎에서 ‘법률 검토가 제대로 된 게 맞냐’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제3자 변제안의 종합적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향후 진행될 공탁 관련 소송에서도 법리를 보강하자는 차원에서 새로운 로펌을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각 법원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공탁 불수리 결정의 적법 여부를 서면 심리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불수리 결정이 유효하다고 결론 낼 경우 외교부·지원재단은 항고에 나설 방침이다. 반대로 재판부가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을 무효화할 경우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에서 공탁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또 다른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공탁 가능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원 마련 난항…계류 소송 승소시 '무대책'
문제는 지원재단의 경우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받고 소송 대리인을 선임하는 등의 법률 비용을 지불할 예산 자체가 제대로 책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포스코가 지원재단에 기부한 40억원 중 남은 돈을 법률 비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수혜 기업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4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 돈을 법률 비용으로 사용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제3자 변제를 위한 재원 마련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원재단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승소한 15명의 징용 피해자 이외에 현재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인 피해자도 승소할 경우 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예정이다. 승소할 가능성이 있는 징용 피해자는 약 60~100명 규모로 추산된다.
지원재단이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최대 250억~3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원재단은 현재 관련 재원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재원 마련의 주축인 한·일 기업이 좀체 기부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3월 포스코·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서울대총동창회 등에서 기부에 동참했지만 그 규모는 약 41억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중 상당액은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 15명에게 배상금(1인당 2억5000~2억8000만원)을 지급하는데 사용됐다. 최악의 경우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발표하고도 정작 배상금을 지급할 재원이 부족해 변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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