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간척지엔 그늘 없다" 1년전 국회서 경고 날린 이 남자
전북 부안에서 지난 1일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탈진 환자 속출 등 부실 운용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권에선 1년 전부터 폭염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식 당일 온열 질환을 호소한 400여명을 포함한 807명이 야영장 내 병원을 찾았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이튿날 “큰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최창행 사무총장)며 개영식도 강행했다. 개영식 도중 소방 당국은 환자 발생 우려로 행사 중단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온열 질환자 108명을 포함한 139명의 환자가 추가 발생했다.
이번 잼버리는 “한국과 전북의 미래상을 세계 청소년에게 보여주겠다”(송하진 전 전북지사)며 2014년부터 전북이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개최가 확정됐다. 참가 대원 수는 전 세계 158개국의 4만3225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고, 예산도 당초 전망했던 491억원에서 938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현 정부에서도 여성가족부(장관 김현숙)가 키를 잡고 행사 추진을 이어왔다.
그런 행사가 시작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이자 3일 정치권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계 부처는 철저하게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 대회를 중단하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견된 일이었다”(심상정 정의당 의원)는 반응도 나온다. 애초 잼버리 부지가 새만금으로 결정됐을 때부터 간척지는 그늘이 없어 폭염에 취약하고 배수도 잘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조직위가 ‘프레 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도 열지 못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당시 여가부는 취소 이유로 “코로나 확산 때문”이라 밝혔지만,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10월 25일)에서 “제 지역구라서 저는 현장을 수시로 보고 있다. 코로나는 표면적인 이유고 (실상은) 올 8월에 잼버리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시설 공정률은 37%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본 행사에 대한 대책을 적극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김현숙 장관에게 “잼버리는 세계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다. 폭염이나 폭우ㆍ해충 문제와 편의시설 대책을 점검하셔야 한다”며 “이런 것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적 망신’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잼버리를 두고 현재 여야는 남탓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는 호남이 10년 가까이 추진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2017년 5월 25일)부터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몇달 전부터 경고됐지만, 적절한 대비가 없었다”며 “대한민국의 관리능력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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