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라 한겨울인 남미 37.8도…"이건 안데스 역대 최대 이변"

한겨울이어야 할 남미가 끓고 있다. 세계적인 고산지대인 안데스 산맥에선 화씨 100도(섭씨 37.8도)가 넘는 더위가 기록되는 등 기후 관측 사상 최대 이변이 현실화됐다. 지구촌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산불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분수대에 손을 담그고 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17년 만에 가장 더운 8월 기온을 보였다. AP=연합뉴스

남반구의 8월은 북반구의 2월에 해당하지만, 때아닌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남미에선 강력한 고기압이 계속 형성되면서 열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안데스 산맥의 산기슭(해발 약 1000~1400m)에서 35도가 넘는 이상 고온이 관측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도~영상 4도 수준이었다가 한낮 38도 이상으로 치솟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칠레의 기온도 이달 들어 38.7도까지 올랐다. 평년 낮 최고기온은 22~25도 수준이다. 열대야 현상으로 밤사이 최저기온도 낮은 고지대에선 20도 중반대를 보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와 관련, 캐나다 기상학자인 티에리 구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큰 일교차를 보이며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칠레의 특별한 겨울 폭염”이라고 우려했다.

안데스 산맥 반대 편의 아르헨티나도 대부분 지역에서 30~35도를 보이는 등 평년보다 두 배나 더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중순부터 더워지기 시작한 브라질의 경우 30도 이상의 더위가 계속되면서 기존 기록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파라과이,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지에서도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ㆍ아프리카 등 남반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겨울 기온이 관측되고 있지만, 남미가 더 극적인 이유는 파라과이를 중심으로 강력한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열돔이 날씨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열돔은 남미 대륙의 중남부를 가로질러 동쪽에서 서쪽으로 뻗어있다고 WP는 전했다. 기상학자들은 “열돔을 발생시키는 고기압대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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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절반 면적 불타

폭염으로 인한 산불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선 올해 들어 최대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모하비 사막이 있는 모하비 국립보호구역 내 뉴욕 산맥에서 번지기 시작한 산불은 2일 현재 서울 면적(약 605㎢)의 절반이 넘는 331㎢ 면적을 태웠다. ‘요크 파이어(York fire)’로 불리는 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지난달 31일 인근 네바다주까지 덮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국립보호구역에서 산불로 인한 불기둥 형태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려 산불 30% 정도가 진화됐으나, 거센 바람이 불면서 화마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산불에 따른 열기와 바람이 만나면서 6m 가까운 불기둥 형태의 소용돌이(fire whirls)가 목격되기도 했다. 2일까지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소식은 없으나, 일부 지역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CNN은 이번 산불 소식을 전하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장소인 모하비 지역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모하비 사막의 상징과도 같은 상록수인 조슈아(Joshua) 나무 숲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모하비 사막 경관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국립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조슈아 나무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건조한 미국 남서부 사막 지대와 멕시코 북서부에서만 자생하는 조슈아 나무는 8m 넘게 자라고 수명이 150년 이상으로 생명력도 강하다. 하지만 앞서 2020년 산불 피해로 약 130만 그루가 불타면서 일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이번 산불로 가장 울창한 조슈아 나무 숲 한 곳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