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민원 예약제' 있어도 선생님이 상담… 실질적 방안 필요"

박준이 2023. 8. 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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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5대 정책30대 과제' 발표
'서이초 사건' 교육당국 대책 비판
'문제 행동 제지 방안' 고시에 담겨야

"학교가 오로지 책임져야 한다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최대 교원단체·노조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제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생활지도법'의 마련을 촉구했다. 교실 퇴실 명령과 학교 지정 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교육부 고시에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법령 개정을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치하는 교사 면책권을 포함하고, 교권침해 학생의 학생기록부 게재 등의 방안도 강조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5대 정책30대 과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광화문 거리를 메운 교원들의 절박한 외침에 이제 정부, 국회, 사회가 응답해야 할 때"라며 "교권5대 정책30대 과제의 즉각적인 실현에 모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즉각 시행할 수 있는 지도·제재 조치 방안을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회장은 "최근 교총 설문조사 결과 99%의 교원이 학생 문제 행동을 제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며 "이런 교실에서 깨어있는 수업, 학생의 학습권 보호가 가능하겠느냐"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실 퇴장, 별도 공간 이동, 반성문 부과 등 실질적 방안을 담은 교육부 고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권침해 가해 사실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지역교육청 이관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보호하는 법·제도 마련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교육공무원법 등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고(초·중등교육법), 대통령령에 교원 직위해제 요건을 마련하는(교육공무원법, 교원지위법) 등의 방식이다. 직위해제자에 대해선 최종 법적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임자 보충 발령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교원 면책권을 담은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을 통해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무고 신고를 예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유치원 교사 아동학대 신고 등에 대한 면책권이 포함될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 개정'도 촉구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 회장은 "과도하게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도록 전면 재검토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하고 비본질적인 교원 행정업무를 전격 폐지하고, 모욕·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혼자 감내하지 않도록,뜨거운 광장에 모여 외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에 나서달라"며 "교총이 선생님들을 대신해 교권5대 정책30대 과제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총이 지난달 25일~26일 하루동안 실시한 설문조사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교권침해 접수 실태에 따르면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로 1만1627건이 접수됐다. 교권침해는 학부모에 의한 사례(8344건)가 학생에 의한 사례(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언·욕설이 1346건(16.1%)을 차지했다.

교총은 최근 교육부와 교육청이 발표한 대책들을 비판했다. 정 회장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좋은데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라며 "교육청이 발표한 대책은 선생님이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예약제와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기존) 환경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절차를 밟는 부분은 지원청에서 하는 것이 좋다"라며 "선생님에게 전달되는 민원을 교육청에서 걸러서 보내주면 학교는 필요한 민원만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난실 한국교총 부회장(명동중 교장)은 "(학생들의) 욕설, 편견 어린 언어, 남녀 할 것없이 몸싸움, 본인들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 대한 조롱. 이 지도를 하느라고 선생님들은 밤낮없이 수업시간, 점심시간, 방과후까지 학생을 지도해야 했다"며 "선생님 지도에 대한 불만을 부모님께 전달하고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우리 아이만 미워한다고 한다. 한두분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교육청은 학교에 지침 내리기만 하고 학교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라며 "음악실을 교실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종합 민원실은 어디에 설치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또 "교감과 교장이 담당하면 된다고 할까봐 걱정된다"라며 "그런 대책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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