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갔던 개영식…“폭염에 지친 아이들에 큰 박수 요구”

김성훈 2023. 8. 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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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부모 인터뷰…“문제 아닌 게 없어”
외국인들도 SNS에 불만 표출…“부끄러운 일”
조직위 “대통령실 지시로 개영식 강행 아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북 부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폭염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 참가자 부모가 “더위, 식사, 화장실, 샤워실 등 문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 인터뷰가 3일 공개됐다. 외국인 참가자 부모들도 SNS 등을 통해 주최 측에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전날 열린 개영식이 폭염 상황에서도 대통령실 지시로 강행됐다는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중학생 자녀가 행사장에서 야영 중이라는 A씨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이가 첫날에 자외선을 많이 받아서 열이 많이 오르고 구토를 하고 오한이 있다고 했다”며 “더위가 가장 힘들고 두 번째는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에 정보가 없고 세 번째는 큰 잡초들, 그다음에 먹을 거, 음료수, 화장실, 샤워실 이게 다 문제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되어 있는데 옆에서 (내부가) 다 보인다고 한다. 화장실도 일부는 남녀공통(공용)이고 청소를 안 해서 더럽다고 한다”며 “문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이 열린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 구급대원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개영식이 끝나고 스카우트 대원 등 50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A씨는 전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열린 개영식에서도 폭염에 지친 참가자들이 배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낮 체감온도가 40도였다. 아이한테 들은 바로는 참가자들이 완전 지쳐있었다고 한다”며 “어떤 애들은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오기도 했는데 행사에서 가장 쇼킹했던 건 (그런 아이들에게)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달라, 큰 박수 부탁(하는 것을 보고)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너무 화가 나고 이해가 안 됐다”고 전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 이후 행사장에서 807명이 두통 등을 호소했고, 이 중 400명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 전날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1명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고가 터지고 문제를 분석할 게 아니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전기를 통해서 시원한 물하고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텐트에 선풍기라도 돌렸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회한 1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뜨거운 열기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의 부모들도 행사 공식 페이스북에 항의성 댓글을 작성하고 있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마티아스씨는 “거의 음식이 없고, 충분한 물 공급도 없고, 더러운 샤워장에 화장실도 부족하다. 불에 타는 듯한 열기와 수많은 모기에 시달리고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지옥을 멈춰 달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딸을 보낸 아버지 리카르도씨는 “잼버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딸이 그곳에 있는데 완전히 무질서하고, 더위도 심하고, 음식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호주와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 텐트를 칠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물과 진흙으로 가득 차 주먹다짐을 벌였다고 한다. 물도 부족하고 너무 덥다고 한다. 제발 어떻게 좀 해 달라”고 항의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인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편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날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개영식이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강행됐다는 루머와 뉴스가 퍼지고 있는데 이는 완전히 가짜뉴스”라며 “잼버리 운영은 세계 스카우트 연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개영식 등 모든 행사 일정은 매일 아침 세계 스카우트 연맹, 세계연맹 의장, 전 의장, 잼버리 담당자, 잼버리 플래닝팀, 한국스카우트연맹 등과 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파견된 기상예보관을 통해 기상을 보고 받고 자료를 근거로 여러 가지 과정활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상 상황에 대해 “폭염경보와 관련 모든 과정을 청소년의 안전에 부합하는지 보면서 잼버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100명이 넘는 인원이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다. 이번 대회는 제25회 대회로 158개국에서 온 14~17살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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