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어버린 젊은 교사 두 명의 죽음
[김홍규 기자]
▲ 시민들이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교내 체육관에 추모공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상하게 들리 수도 있지만, 학교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 국회 교육위 정경희 의원실이 7월 30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6년 사이에 100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월 17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193명의 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가운데 61.1%인 118명이 고등학생이었다.
교육부 발표를 기준으로 한 이 통계는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권인숙 의원실은 교육부와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학생-청소년 자살자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의 학생과 청소년 자살 통계(2016~2020년)가 경찰청 발표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교육부 집계는 654명, 경찰청 집계는 1059명으로, 1.6배 차이가 났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26일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0대(10~19세) 사망자는 773명이었다. 이 중 사망 원인이 자살인 사람은 43.7%인 338명이다.
교육통계서비스, <2022 유초중등 학교급별 개황>을 보면, 2022년 초, 중, 고 학생 수는 모두 527만5054명이다. 교원 수는 44만1796명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교사는 10만 명당 4.3명, 학생은 3.8명이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특히 고등학생은 10만 명당 9.4명에 달한다.
교육부의 학생 자살 현황이 경찰청 통계보다 1.6배 축소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 한 해 300명이 넘는 학생, 그 가운데 고등학생은 200명 가까운 학생이 세상을 스스로 버렸다. 거의 매일 한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던지고, 이틀에 한 명씩 고등학생들이 세상을 등졌다.
학교에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져 있다.
▲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7월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권우성 |
학생들의 죽음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잊어버린 젊은 교사 두 명의 죽음만을 소환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1년 3월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임용된 지 10일 만에 학교 관사에서 사망했다. 개편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담당으로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서울 서초구 S초 교사도 NEIS 담당이었다. 올해는 학기 중간에 시스템 전체를 바꿨다. 학교에는 아직도 개편 여파가 남아 있다. S초 교사의 일기장에는 힘들게 한 학생도 적혀 있었지만, '업무 폭탄'이라는 단어도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안타까운 사건이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막 부임한 곳이 시골이라 차 한잔 마실 곳도 없는 지역이었던 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 … 하지만 단순히 업무가 과중해 벌어진 일이라기보다도 개인 신변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2017년 9월, 강원도 태백에 있는 직업계고 교사가 교장의 횡포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쳤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죽기 전날 그가 남긴 SNS 메시지에는 '힘들다'는 말과 함께 "전국에 도제사업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가 말한 '도제 사업'은 아직도 교육부가 운영하는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를 뜻한다. 죽음을 앞두고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적었던 그 '사업'은 전국 곳곳은 물론 강원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8년차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교장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교실이 무너졌느니,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느니 하는 말로 학교를 맴도는 죽음의 그림자를 설명할 수도, 걷어낼 수도 없다. 많은 이들에게 학교는 여러 이유로 살고 싶은 공간이 아니다. 교사는 물론, 특히 학생들에게는 더욱.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계 안팎의 수많은 이들이 교육과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다. 더는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동안에도 이어진 많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약속과 선언을 지키려고 노력했었나!
지금까지 제시된 여러 해결 방안 가운데는 당장 시행 가능하거나 늦어도 1~2년 안에는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 학교장 민원 책임제, 학급당 학생 수 줄이기, 학교폭력 처리 같은 행정 처리 업무의 교육청 이관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죽음의 시간 앞에서도, 교사의 '생활 지도' 권한 강화, 학생인권조례 폐지,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등 교원단체들과 정당, 교육부는 저마다 평소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실현하려는 데 더 집중하는 듯 보인다.
교육에 관한 근본적 질문과 변화가 필요할 때
더욱 근본적인 변화와 질문이 필요하다.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걸음을 멈추고 물어야 한다.
최소한 학교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 견디는 곳이 아니라. 자녀와 학생들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지도'와 '훈육'을 교육으로 만들 수는 없다. 가족 구성원이나 학교 구성원 사이 불평등을 전제로 지식이나 삶에 관한 배움을 이룰 수는 없다.
그 대상이 누구든 억압과 통제는 죽음을 멈추게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이와 지위를 앞세우고 서열을 매기는 곳이 좋은 일터나 삶터가 될 수는 없다.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어디든 안전하고 평등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곳이 어디건 짙게 드리워진 죽움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는 어렵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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