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보는 한이 있더라도…친환경은 미니레코드의 기조” [친환경 덕질③]

박정선 2023. 8.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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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앨범 기업 ‘미니레코드’ 김익 대표 인터뷰
"CD와 포토북 QR 코드로 대체...실물로는 포토카드만 제공"
업계서 유일하게 제조 공장까지 모두 FSC 인증
"플랫폼 앨범 탄소배출량 실물 음반 1/10 수준"

“적자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죠. 친환경 이슈는 미니레코드가 지키고자 하는 아주 기본이 되는 선입니다.”

최근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큰 불만은 ‘음반’이다. 정확히는 ‘실물 음반’이다. 응원하는 가수의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또 랜덤으로 삽입된 굿즈를 갖기 위해 음반을 소비하는 주체인 팬덤이 실물 음반에 불만을 드러내는 건, 사실상 CD플레이어 조차 없는 환경에서 실제 ‘알맹이’인 CD와 그 외 부속품들이 처치곤란한 폐기물이 되기 때문이다.

ⓒ미니레코드

기획사에서 팬들의 심리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실물 음반의 종착지는 결국 소각장이다. 팬들의 불만이 커지자 최근 들어 기획사들도 본격적인 친환경 음반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미니레코드는 세계 최초 ‘플랫폼 앨범’을 제시하며 이 같은 움직임에 해결책을 마련한 스타트업이다.

IT 개발자였던 김익 대표는 2010년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에 발을 들였다. 아이돌 음악 방송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으나 IP 확보가 쉽지 않아 직접 아티스트를 육성했는데, 쓴 실패를 맛봤다. 친환경 앨범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은 2021년이었다. 아티스트의 CD들이 버려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스친 생각이 ‘친환경’이었다.

“CD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결국은 CD는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앨범 패키지 중)팬들이 원하는 건 포토카드밖에 없잖아요. 이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던 것이 친환경 앨범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때마침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 친환경이 이슈가 되고 기획사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팬들의 움직임이 저희의 ‘플랫폼 앨범’ 아이디어와 맞물린거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미니레코드가 처음으로 내놓은 플랫폼 앨범은 지난해 1월 발매된 그룹 빅톤의 세 번째 싱글 앨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였다. 당시 약 1년여의 공백을 끝내고 컴백했던 빅톤은 케이팝 씬에서 다소 활약이 더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해당 앨범은 친환경에 목소리를 높이는 팬덤의 수요와 맞물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첫 플랫폼 앨범의 성공은 후속 아티스트의 작품을 계약하기 위한 미니레코드에게도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었다.

“사실 전혀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결과였죠. 사실 그렇잖아요. 스타트업이 CD가 없는 앨범을 만들겠다는데 누가 선뜻 계약을 하겠어요. 기획사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웃음). 실제로 전부 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저희와 유사한, 친환경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미니레코드

빅톤의 플랫폼 앨범 성공과 더불어 팬덤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이 같은 앨범 제작 형태에 대한 기획사들의 인식 전환도 이뤄졌다. 미니레코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림캐쳐, ATBO, 에이비식스, 김성규, 인피니트, 에이티즈, 케플러, 에이핑크, 라포엠, 더보이즈, 피원하모니, 정은지, 샤이니 키, 강다니엘 등을 비롯해 50여팀이 1~2회차에 걸쳐 플랫폼 앨범을 발매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이 소속된 하이브로부터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지난해 목표가 50억원이었는데, 목표를 조금 상향했고 올해는 150억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상반기)까지 60억을 넘겼어요. 이 정도 속도면 하반기에 목표치까지 거의 달성을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브와 실제적으로 업무 협력을 하면서 이 시장의 규모를 더욱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현재 하이브도 전체 앨범 물량의 약 30% 이상을 플랫폼 앨범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하이브처럼 시장 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일부 대형기획사에서는 저희에게 특허권이 있음에도 이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어요. 아마 법적분쟁은 피해지 못할 겁니다.”

플랫폼 앨범은 앨범에 포토카드를 제외하면 별도의 CD나 부산물이 없다. 폴리염화비닐(PVC)로 된 포장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CD, 재생이 불가능한 양면 코팅 종이로 된 포토카드 등 기존 앨범과 달리, 플랫폼 앨범은 CD와 포토북 등은 QR코드로 대체(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음악과 포토북을 즐길 수 있다)하고, 포토카드 정도만 실물로 제공하는데 이 역시 재생이 가능하도록 한 면만 코팅한다. 앨범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해 제조 공장까지 모두 FSC 인증을 받았다. 앨범까지 FSC 인증을 받은 곳오 미디레코드가 유일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캠페인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에 따르면 정사각형 형태의 기본 플라스틱 앨범은 1kg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의 탄소발자국이 발생한다. 일회용 종이컵 약 90개와 맞먹는 양이다. 김 대표는 “플랫폼 앨범의 탄소배출량은 실물 음반 대비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자신했다.

ⓒ미니레코드

다만 여전히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산재해 있다. 현재 써클차트 등 국내 차트에선 플랫폼 앨범도 하나의 음반으로 인식해 판매량이 적용되지만 케이팝 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된 빌보드에선 실물 음반이 아니면 집계에서 제외된다. 김 대표 역시 “이 부분이 플랫폼 앨범을 계획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라면서도 “처음엔 차트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세우고 있던 국내 차트들의 진입을 가능하도록 설득한 것처럼 빌보드 역시 팬덤의 요구가 있고, 지속해서 친환경 앨범이 생산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문제는 플랫폼 앨범의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다. 앨범의 형태는 달라져도 팬들의 소비에 따른 만족감은 채워야 하는데 ‘콘텐츠가 부족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후기까지 나온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포토카드와 포토북, 음악에 머물지 않고 기획사와 논의해서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미니레코드의 증강현실(AR)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미니버스(가칭)’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고, 현재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구현되는 ‘미니네컷’을 운영하고 있다.

“팬들이 가장 절박하게 느꼈던 친환경에 대한 니즈에 미니레코드가 불을 지핀 상황이 됐어요. 팬덤은 나이대가 어린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적인 면에서 어른들보다 훨씬 성숙해 있어요. 사실 우리 어른들이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웃음). 남을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바람입니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플랫폼 시장이 열렸고, 미니레코드는 팬들이 환경을 지키면서도 케이팝을 즐길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사의 마케팅 변화를 비롯한 업계의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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