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전설의 골키퍼' 부폰 은퇴…사우디 425억 러브콜 거절했다

박린 2023. 8. 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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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은퇴를 선언한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사우디아라비아 거액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45세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부폰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자신의 선수 시절 활약상을 모은 영상도 게재했다. 17세이던 1995년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프로 데뷔한 부폰은 28년간 꼈던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부폰. 하지만 연장에서 안정환에게 골든골을 내줬다. 중앙포토


이탈리아 A매치 최다 176경기를 뛴 부폰은 레프 야신(소련),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 등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로 손꼽힌다.부폰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안정환의 페널티킥을 몸을 던져 막아냈지만 연장전에서 안정환에게 골든골을 허용했다. 4년 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축구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별명인 ‘수퍼맨’처럼 날아 올랐다. 당시 7경기에서 단 2골만 내주며 우승을 이뤄냈는데, 그마저 한 골은 자책골이었고 한 골은 결승에서 지네딘 지단에 내준 페널티킥이었다.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2006년 발롱도르 2위에 올랐다. 아쉽게 파비오 칸나바로에 수상을 내줬다.

유벤투스의 영광의 시대를 이끈 부폰. AFP=연합뉴스


부폰은 2001년 당시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인 5200만 유로(643억원)에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었다. 유벤투스에서 17년을 보내며 10차례나 스쿠테토(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문양)를 차지했다. 유벤투스가 2006년 승부조작 혐의로 강등됐을 때도 팀에 잔류해 승격을 이뤄냈다. 2003년 유럽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필생의 과제였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끝내 이뤄내지 못하고 준우승만 3차례 거둔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골키퍼 장갑을 벗는 부폰(오른쪽). AP=연합뉴스


2018년에는 프랑스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해 리그1 우승도 거뒀다. 2021년에는 자신이 어릴 적 뛰었던 파르마로 돌아왔다. 지난 2시즌간 43경기에 출전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 남았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부리그 파르마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유벤투스는 “전설이 오늘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당신의 세이브, 당신의 미소, 당신의 캐릭터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유벤투스에서 함께 뛰었던 안드레아 피를로는 SNS에 “세계 축구의 수퍼맨. 오늘부터 당시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는 글을 남겼다. 유벤투스 동료였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부폰이 얼마나 상징적인 선수인지 이렇게 표현했다. “엔초 페라리(페라리 창업주)는 ‘아이에게 종이 한 장과 크레용을 주고 차를 그리라고 하면 분명 빨간색 차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골키퍼를 그리라고 하면 분명 부폰처럼 보일 것이다.”

부폰은 지난달 사우디 한 팀으로부터 2년간 425억원에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친정팀에서 은퇴를 선언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모든 걸 줬고, 저도 여러분에게 모든 걸 바쳤습니다. 우리는 함께 해냈습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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