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글로벌 수익 7억 돌파로 '신드롬'…한국은 흥행 실패' [D:영화 뷰]

국내 극장가, 영화적 체험 영화 소비 경향 뚜렷
'바비' 인형보단, 국내 브랜드 미미·쥬쥬 친근
젠더 이슈 번기지도

영화 '바비'가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수익 7억 달러를 돌파하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높은 스코어를 개봉 2주 차에 이뤄냈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최초 개봉과 내한 등 프로모션에 힘 썼던 한국에서는 50만 관객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영화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상하지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마텔사 인형 바비인형을 실사화한 영화로,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관심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개봉 첫날 7080만 달러를 기록하고, 개봉 첫 주말까지 1억 5500만 달러를 돌파하며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북미 뿐만 아니라, '바비' 는 호주, 브라질, 영국 등 총 18개 국가에서 2023년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멕시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16개 국가에서 워너브러더스 역사상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이어나갔다.

2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바비'는 북미에서 3억 6642만 2042달러, 해외에서 4억 2930만 달러 등 총 7억 9572만 2042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번 주, '바비'가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면 올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이은 흥행작 2위가 되는 동시에, 여성 감독 최초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이 된다.

'바비'를 향한 평가 또한 높았다. '바비'는 서구 사회가 세워놓은 미의 기준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바비를 통해 젠더 문제를 전복시키고, 영화 속에서 페미니즘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해외에서는 사회가 여성과 남성에게 갖는 시선을 풍자하고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점을 높게 샀다.

이로 인해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프레시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주인공을 맡은 마고 로비는 내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점이 '바비'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유독 젠더 이슈에 민감한 국내 정서가 '바비'의 관람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남성은 평균 6.01점을, 여성은 9.28점, CGV 성별 예매 분포 남성 18.9&%, 여성 81.1%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 개봉 첫 날 6만 6426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나, 관객 수는 점점 하락했고 26일 한국 블록버스터 '밀수'가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잃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바비'의 누적 관객 수는 46만 7366명이다.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그레타 거윅 감독이 내한해 프로모션까지 했으나 아쉬운 기록이다.

영화가 갖는 성격뿐만 아니라, 국내 극장가에서 볼거리가 다양한, 즉 영화적 체험을 중요시하는 작품들 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바비'의 흥행 부진 요인 중 하나다.

또한 한국에서는 미국 브랜드인 '바비' 인형보다 국내 브랜드인 '미미', '쥬쥬'가 어린이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었다. '바비' 관객층이 20·30대 여성이 대부분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점이 흥행을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