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조합장 선거 때 상품권 받은 50명 입건…대부분 70·80대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의 조합장을 뽑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투표 대가로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경찰이 70·80대 조합원 약 50명과 금품 제공자를 입건했다.
3일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3월 열린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기부행위 제한·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제주도의 한 수협 조합장 A씨를 지난달 31일 구속했다.
또 유권자에게 뿌릴 상품권을 구매·전달하거나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상품권을 일부 회수한 측근 B씨 등 1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선거 과정에서 B씨 등에게 농협 상품권 1만원권 1700매를 구매하도록 해, 이를 조합원 등에게 1인당 10매씩 나눠주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와 B씨 등을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권 일련번호를 대조해 이를 받은 조합원 약 50명을 입건했다.
A씨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상품권을 누구에게 줬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상품권 일련번호를 확인하고 이 상품권이 지역 하나로마트에서 사용된 사실을 파악해 상품권을 수수한 조합원을 가려냈다.
상품권을 받은 조합원은 대부분 70·80대 노인이며, 경찰이 상품권 추적을 지속하고 있어 추가로 수수자가 더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상품권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기부행위 제한 위반죄 대신 ‘매수 및 이해 유도죄’를 적용했다.
기부행위 제한은 후보자 측으로부터 100만원 이하 금전 또는 물품을 수수한 경우 금품 등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최대 30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한다.
이와 달리 매수 및 이해 유도죄를 적용하면 금전과 물품 등을 제공한 자뿐 아니라 이를 제공받은 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지난 선거에서 건네진 상품권을 대가성이 있는 사실상 뇌물로 보고 조합원이 이를 알고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돈 선거’ 근절을 위해 수수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선거 사범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으로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려 금품 제공 등 선거 범죄 재발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앞서 제주도 지역 모 농협 조합장 C씨는 조합원 등 385명에게 10㎏짜리 쌀 1포대씩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비슷한 혐의로 입건된 조합장은 이들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한 사건의 공소시효는 9월 8일 만료될 예정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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