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수소경제]"6㎏ 꽉 채우는 데 5분"…점점 비싸지는 수소, 충전소 가보니

최서윤 2023. 8. 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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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값 오르면서…고객도 충전소도 부담
E1, 가격 안정 위해 캐나다서 청정수소 도입
"광주에 4호 수소충전소 추진…사업 확장"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에 있는 E1 수소·전기·액화석유가스(LPG) 복합충전소를 찾았다. 수소경제 사이클 말단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최전방이다. 3300㎡(1000평)쯤 되는 넓은 부지엔 수소충전기(디스펜서) 1기와 LPG 충전기 4기, 전기차 충전기 1기 그리고 셀프세차장이 있다. 2006년 8월부터 LPG 충전사업을 해오다 작년 7월부터 수소충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 E1 복합충전소에서 한 직원이 수소차에 수소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충전소에 도착한 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수소전기차 넥쏘 한 대가 들어왔다. LPG차를 충전하고 있던 직원이 부리나케 뛰어왔다. “얼마나 넣으실 거예요?” 수소차는 셀프 충전이 힘들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지정 충전소에서 셀프 수소충전을 할 수 있지만 지정 충전소가 많지 않고 교육을 받은 사람도 적다. 이곳도 지정 충전소가 아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충전 대기 차량이 3대까지 늘었다. 김종기 E1 과천 복합충전소장은 “한창 많았을 땐 70여대 정도였지만 요즘은 하루 평균 수소차 40대 정도가 충전하러 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 E1 복합충전소에서 충전 대기 중인 수소차량들. 국내 수소차 모델은 현대차 넥쏘가 유일하다. 사진상 수소충전기 오른쪽 뒤편에 튜브 트레일러 보관소가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넥쏘 1대에 최대 6㎏의 기체 수소가 들어간다. 국내에 액화수소로 충전하는 곳은 아직 없다. 충전소 직원은 “운전자들은 한번 충전할 때 보통 6㎏까지 가득 채운다”며 “완충 시간은 5분 정도”라고 했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이 짧고 연비도 좋다. 1회 충전해 넥쏘는 609㎞를 달릴 수 있지만 전기차(아이오닉6 기준)는 367~524㎞를 간다. 정부 지원금도 전기차보다 많다. 넥쏘(6950만원)를 사면 국고보조금 2250만원에 지자체별로 추가 지원(최대 1500만원)을 받는다. 서울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수소차 지원금은 3250만원, 전기차는 860만원이다.

하지만 최근 수소 가격이 오르고 있어 고객도, 충전소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충전소를 찾은 최진우씨는 “주변에서 정부 지원이 많다고 들어서 1년 전 수소차로 바꿨는데 생각보다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얼마 전까지 1㎏당 8800원이었는데 금세 99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오른다고 하던데 그럼 수소차를 누가 사겠나”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E1 복합충전소 입구 전경. 이날 수소 가격은 1kg당 9900원이었다. [사진=최서윤 기자]

매입 가격과 판매 가격에서 적정 마진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김종기 충전소장은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 수소 구매 단가는 점점 비싸져 마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계절마다 수소 공급량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의 적자를 최대 80%까지 보전해주고 있다. 과천 수소충전소는 창신화학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공급받는다.

E1은 수소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단 해외에서 수소 공급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2028년부터 연간 100만t을 국내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캐나다 블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97억원을 투자했다.

수소 충전 주입구. 영하 30~40도 상태에 있는 수소를 차에 주입하기 때문에 주입구를 잘못 다루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수소충전기 1기를 설치하는 데는 약 40억원이 든다. 이 중 15억원을 정부가 지원했다. 설치 기간은 6개월. 충전기와 압축기, 압축설비, 냉각기, 튜브 트레일러 보관소를 모두 설치해야 한다. 튜브 트레일러에서 수소를 빼내 압축기에서 중압과 고압으로 조절하는 과정을 거친 후 충전기에서 차에 수소를 주입한다.

트럭에 실린 수소 튜브 트레일러 [사진=최서윤 기자]

튜브 트레일러는 가정용 회색 LPG통처럼 수소를 담아놓은 가스통을 말한다. 액체 상태로 담긴 LPG통과 달리 주황색 수소통엔 기체 수소가 담겼다. 기체라서 가스통도 크다. 기체 수소 부피는 액체 수소의 800배다. 10m 길이 튜브 트레일러 1통엔 수소 20㎏가 들어간다. 과천 충전소엔 하루에 한 번 튜브 트레일러 10통(200㎏)을 실은 트럭이 온다. 빈 튜브 트레일러를 떼어내 수소를 가득 채운 튜브 트레일러로 다시 연결한다. 교체하는 데에는 평균 20분 걸린다.

튜브 트레일러(왼쪽)에 보관된 기체 수소를 압축기로 이동시키기 위해 검은색 가스관으로 연결한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그래서 재고 관리가 어렵다. 김 소장은 “매일 오후 5시에 다음날 분 수소를 미리 주문해야 하는데 재고가 언제 다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튜브 트레일러 차량이 와도 재고가 남아있으면 바로 교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도 수소 충전 차량은 오후 12시40분에 왔지만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기다리다 오후 2시30분쯤 교체 작업을 했다. 그는 “튜브 트레일러를 교체하는 동안엔 고객들이 수소충전을 할 수 없어 대기시간도 생긴다”고 말했다. 액화수소 도입이 충전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절실하다. LPG처럼 재고 관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 대비 수소충전소가 적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수소차는 작년 말 기준 2만9733대이지만 수소충전소는 229대에 불과하다.

경기 과천 E1 복합충전소 수소충전기 [사진=최서윤 기자]

E1은 서울 강서구, 경기 고양시에서도 수소충전소를 운영한다. 회사는 광주에 4호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수소경제의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E1 관계자는 “LPG 사업만 거의 40년 해왔는데 친환경 에너지쪽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혼소 발전용 수소 공급을 위한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 기지 구축, 수소 출하센터, 연료전지 발전사업 등 다양한 수소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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