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엔허투, '암종 불문' 기적의 항암제 될까
유방암 외에 자궁암·난소암 등에도 약효 가능성
HER2 타깃 '암종 불문' 항암제 가능성
아스트라제네카(AZ)·다이이찌산쿄(DS)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가 유방암을 넘어 다른 암들에서도 효력이 기대되는 임상 결과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엔허투가 다양한 암에 모두 쓰이는 '암종 불문(tumor-agnostic)' 항암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AZ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다양한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HER) 2' 발현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엔허투의 '데스티니-범종양(Destiny-PanTumor)02' 임상 2상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PFS는 암의 진행·재발이 나타나지 않은 기간, OS는 환자가 최종적으로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이번 임상은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담도암·췌장암·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세부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PFS, OS 수치는 추후 학회 발표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면에서는 기존 데이터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로써 엔허투는 앞서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HER2 발현 암을 대상으로 상당한 항암 효과를 보인 데 이어 실질적인 환자의 생명 연장이 가능한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SCO에서 발표된 중간분석에서는 임상 1차 지표로 설정됐던 객관적반응률(ORR)에서 전체 대상자 중 37.1%, HER2 과발현 군인 'IHC3+'군에서는 61.3%에 달하는 ORR이 나타났다. 특히 자궁내막암(57.5%), 자궁경부암(50%) 등에서는 상당한 ORR을 확인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ORR는 종양의 크기가 줄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항암 치료 효과 수준을 보인 환자의 비율로 약이 효능을 보였는지를 뜻한다. 이에 발표 현장 토론에서는 엔허투가 암종 불문 항암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암종 확대가 가능한 건 엔허투가 HER2 단백질을 타깃하기 때문이다. 세포 내부로 신호를 보내 암 성장을 자극하는 HER2는 IHC 0·1+·2+3+의 발현 단계 중 발현 수준이 높을수록 암의 재발·전이가 잦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HER2를 타깃하면 암의 진전을 억제할 수 있다. HER2 단백질의 과발현 현상은 주로 유방암, 위암, 폐암, 대장암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에도 이들 암종에 대해서는 HER2 표적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상용화돼왔다. 엔허투는 '허셉틴'으로 알려진 기존의 HER2 타깃 항체 '트라스투주맙' 성분에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세포독성물질(페이로드) '데룩스테칸'이 결합해 만들어진 ADC다. 미사일로 치면 트라스투주맙이 마치 레이더처럼 HER2 암세포를 찾아내 페이로드가 이곳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과가 높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 포함된 암종들은 HER2 발현이 나타남에도 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 치료제가 없던 상황이다. HER2 타깃만으로는 항암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여겨지는 등의 이유로 아직 허가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크다. 그러나 엔허투가 이들 암종에서도 HER2 발현 환자 대상 효과를 보이면서 암종 불문 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빛나 메디라마 임상개발본부 이사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암종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인 만큼 암종 불문 치료제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다만 HER2 과발현은 가능성이 높지만 IHC2+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암종이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등 엔허투로 치료적 이득을 볼 수 있는 환자의 특성에 대한 추가 연구 및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엔허투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많은 환자에게 쓰이는 약품으로 등극하면서 올해 3200억엔(약 2조9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등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 등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음에도 아직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첫 고비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재심 끝에 넘었지만 아직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의 절차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환자들이 국회에 신속 급여화에 대한 청원을 제기해 보건복지위원회에 이 청원이 회부되는 등 빠른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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