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후보]③30년 몸담은 정통 KT맨 박윤영…신사업 두각 기대

오수연 2023. 8. 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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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도전적 사업 추진하며 업계 인정
현대중공업·삼성서울병원에 5G 기술 도입
KT 성장 동력 디지털 전환 영역 기틀 닦아

편집자주 - 연매출 25조 KT그룹의 수장을 가릴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KT는 이달 초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김영섭 LG CNS 전 대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다. 면접을 거쳐 차질 없이 CEO 단독 후보 추천이 이뤄질 경우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대표 승인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형태로 주총 참석 지분의 60%를 넘겨야 한다. 본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업인 KT 후보 3명을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박윤영 KT 전 기업부문장(사장)은 3파전을 벌이고 있는 KT 대표 후보 중 유일한 정통 KT맨이다. 30여년 간 KT그룹에 몸담으면서 B2B(기업 간 거래) 등 비통신 영역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기업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윤영 KT 전 기업부문장
3번째 도전…비통신 부문 전문가

박 전 사장은 1962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KT컨버전스 연구소장,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20년에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장을 맡았다. 재임 시절 창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사업 추진으로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았다.

박 전 사장이 KT 대표 후보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 대표 경선 당시 박 전 사장은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사회 만장일치로 구 대표가 뽑혔다. 올해 2월에도 숏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 4인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윤경림 전 KT 사장과 경합했다.

기업부문장 재직 시절 박 전 사장은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첫해인 2020년 복수 사장을 맡아 투톱 체제로 KT를 이끌었다. 그는 스마트팩토리 등 5G B2B 상용화 모델을 발굴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스마트솔루션, 디지털 혁신 공동 추진을 위한 사업협력 협정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현대로보틱스와 지능형 서비스로봇 개발, 자율주행 기술 연구, 스마트팩토리 분야 등에서 협력했다.

또한 KT는 삼성서울병원에 기업 전용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료 업무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5G 스마트 혁신병원'을 시범 운영했다. 5G 디지털 병리 진단, 병실 내 AI 기반 스마트 케어 구축, 수술실 내 자율주행 로봇 등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밖에 박 전 사장은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 한국공공안전통신협회장 등을 맡으며 KT의 핵심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DX) 영역의 기틀을 닦았다.

KT엔터프라이즈도 박 전 사장 아래서 출범했다. 올해 1분기 KT 실적을 보면 전통적인 통신사 영역인 유무선 통신 매출은 2019년 대비 3.5%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DX 영역은 같은 기간 27.9% 성장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포화 상태인 통신업 대신 비통신 신사업을 앞다퉈 키우고 있다. B2B 전문가 박 전 사장이 대표가 되면 신사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내부 선호도 높아…부드러운 리더십

다른 두 후보와 차별화되는 박 전 사장의 특징은 정통 KT맨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통신업 분야가 아닌 B2B에 쏠린 이력이지만, 후보 중 통신사 재직 경력은 가장 길다. 산업과 KT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장기간 대표 공백으로 인한 내부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기에 제격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들에게 신임받는 것도 강점이다. KT 직원들 사이에선 세 후보 중 박 전 사장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퇴직한 박 전 사장은 그해 급여 7400만원, 상여 3억9900만원, 퇴직금 15억4000만원을 포함해 총 20억2000만원을 받았다.

과거 박 전 사장과 일한 경험이 있는 통신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영업 본부에서 굉장히 평이 좋다"며 "고압적이지 않고, 직원들 입장에서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두루두루 선호할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부문에 오래 몸담기도 했고, 업무에 대해 열정이 있고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 출신이라는 점은 동시에 박 전 사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앞선 경선 과정에서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 KT 출신 후보들을 '내부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사장도 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최종 후보자가 되더라도 주주총회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윤 전 사장처럼 최대 주주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취임 이후에도 정부·여당과 관계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박 전 사장은 2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KT 대표 후보에 오른 소감과 포부를 묻는 말에 "CEO를 선발하는 면접 자리에서 말하겠다"며 함구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번 사안에 관심이 많은 점은 이해하지만, 자칫하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부를 밝히기에 적당한 시점이 아닌 것 같다.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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