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 휴가를 보는 불편한 시선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부터 6박7일간의 휴가를 떠난데 대해 갑론을박이 무성합니다. 정국 구상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기회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데 일주일씩이나 장기휴가를 가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휴가를 갈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긴 했지만 이번엔 윤 대통령의 미흡한 수해 대응으로 논란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휴가와 관련해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휴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은 처리할 국정 현안이 너무 많다"며 "적절한 때가 되면 잠깐이라도 쓸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휴가를 최소화해 이틀 정도만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출발 일정도 당초 계획한 8월 초보다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대통령실은 며칠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2일부터 6박7일간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잠정적으로 계획한 휴가 일정 그대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의 당초 설명과는 달리 휴가 일정이 늦어지지도 축소되지도 않은 것입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사전에 여론을 떠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대통령 휴가 계획을 미리 알려 반응을 살펴본 뒤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원래대로 진행한 거란 분석입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런 점을 의식해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을 발표하면서 휴일을 포함해 일주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워낙 격무에 시달렸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이 휴가를 가야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휴가를 짜는 관행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휴가가 내수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휴가 첫날인 2일 오전에도 참모들과 무량판 부실 시공 문제를 유선으로 논의했다고 홍보했습니다. 윤 대통령 휴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지난해 여름휴가 당시 윤 대통령은 저도 등 지방 휴양지를 찾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닷새간 서초동 사저에 머물렀습니다. 민생이 어려운 마당에 "한가하게 휴가를 즐길 때냐"는 비판을 의식해서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습니다.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저임금·비정규직일수록 휴가계획을 세웠다고 답한 비율이 낮았습니다.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보류한 응답자 대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바쁜 업무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휴가는 단순한 '쉼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라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면서 정국 구상을 가다듬거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계기로 활용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지지율이 30%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국정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갖는게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일방적 독주에 대한 자성과 국민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중 일정부분 공식행사를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사고 발생 보름이 되도록 현장방문이나 희생자 조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돌이켜보니 부족한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신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재난을 당한 국민을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하는것은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윤 대통령의 올해 휴가 복귀의 변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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