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들 ‘엄지 척’… 온기창고 개소 첫날 ‘북적북적’

김은빈 2023. 8. 3. 06: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동자동 쪽방촌에 7년 동안 거주했다고 밝힌 조문호(77)씨는 "줄을 서서 물품을 받는 건 더위나 추위의 문제가 아닌 자존심의 문제"라며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 온기창고가 있어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한편 서울시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도 내달 초 온기창고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 ‘온기창고’ 개소에 높은 호응
월·수·금 운영… 필요한 물품 적립금으로 구입
쪽방촌 주민들 “줄 안 서도 돼… 전국 확대돼야”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동행스토어 온기창고가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동행스토어 ‘온기창고’가 문을 열면서다. 이용한 주민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는 등 뜨거운 반응이다. 

2일 서울 용산구 후암로 57길 3-14에 위치한 동행스토어 온기창고가 운영을 시작했다. 온기창고는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필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창고형 매장이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주 3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쪽방상담소에 등록한 주민들은 회원(적립금) 카드를 발급받아 1주일에 2만5000점, 월 10만점의 물품을 살 수 있다. 매장엔 물티슈, 치약, 칫솔부터 컵라면, 즉석밥, 김,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물품이 진열돼 있다. 인기상품은 단연 선풍기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선풍기를 구매하려는 주민들이 특히 많았다.

물품은 세븐일레븐과 노브랜드, 서울교통공사 등에서 후원받아 운영된다. 세븐일레븐은 온기창고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3년간 월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2일 운영을 시작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첫날부터 물품을 고르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다녀갔다.   사진=김은빈 기자

온기창고가 문을 열자, 아침부터 이용하고자 하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생수도 함께 나눠주고 있어, 손님이 더욱 몰렸다. 

특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그간 쪽방상담소는 후원물품이 들어올 때마다 날짜를 정해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은 사실상 지원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온기창고에서 한아름 쇼핑을 하고 나온 임모씨(67)씨는 “줄을 서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며 “자주 이용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동자동 쪽방촌에 7년 동안 거주했다고 밝힌 조문호(77)씨는 “줄을 서서 물품을 받는 건 더위나 추위의 문제가 아닌 자존심의 문제”라며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 온기창고가 있어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폭염과 관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조씨는 “방안보다 밖이 더 시원하다. 방안에 있으면 후덥지근해 밖으로 나와 버티고 있다”며 “쪽방촌 건물이 낡아서 설비 무게를 버티지 못해 에어컨 설치가 어렵다는데, 조속히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호연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은 “이전엔 오전 10시부터 후원물품을 나눠드리면 8시부터 와서 줄을 서계시는 분이 많았다. 고민 끝에 서울시와 함께 기획한 것이 온기창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물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전엔 선풍기를 무상으로 나눠드리면 받으신 분이 또 받는 경우도 있었다”며 “10만점이라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꼭 필요한 물품을 골라 간다”고 말했다.

폭염 대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 소장은 “주민이 800명이 넘는데, 에어컨 지원은 200~300대 정도다. 복도에 공용 에어컨을 설치하려 한다”며 “많은 주민들이 자주 가는 근처 공원에도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를 설치하면 지열이 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도 내달 초 온기창고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자동, 돈의동 쪽방촌을 먼저 운영해보고, 이후 서울시내 다른 쪽방촌에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왼쪽부터) 세븐일레븐, 노브랜드, 서울교통공사가 후원한 물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