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룸만? 114개 방 모두 복층이다…6500억 리조트 가보니
맛집 탐방이냐 해수욕이냐,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부산을 즐기는 방법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럭셔리 휴양 문화, 플렉스 소비를 즐기는 MZ세대 사이에서 최근 필수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는 장소가 부산 기장이다. 2017년 여름 한적했던 갯마을 기장에 럭셔리 리조트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면서 부산 관광의 지형도가 확 바뀌었다. 지난달 18일에는 새로운 고급 휴양 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도 개장했다. 기장 앞바다와 아난티 코브를 내려다보는 기장읍 사랑리 언덕에 6500억 원을 들인 초대형 리조트가 들어섰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아난트 코브 뒤편의 언덕에 자리해 있다. 기존 리조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처음 단지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은 ‘엄청난 스케일’이다. 프랑스어로 ‘마을(village)’을 뜻하는 이름처럼 하나의 시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단지에 들어섰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전체 규모는 16만㎡(약 4만8400평)으로 아난티 코브보다 2배 가까이 넓다. 회원 전용으로 마련한 94개의 독채 빌라와 88개의 개인 수영장 외에 4만㎡(1만2000평) 크기의 야외 광장과 호텔, 복합문화공간 등을 갖췄다. 딸린 수영장만 5개, 레스토랑은 19개에 이른다. 드론을 띄우지 않는 이상 한눈에 담기 어렵다.
기존 아난티 코브와 다른 건 규모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만규 대표는 “아난티 코브가 바다 전망의 매력을 한껏 살린 공간이라면, 빌라쥬 드 아난티는 바다와 숲이 공존하는 커다란 마을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실제로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숲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흙 200만t을 쌓아 호텔 10층 높이(약 38.5m)로 대지를 올렸고, 14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독채 빌라와 펜트하우스는 회원을 위한 전용 시설이지만, 호텔 ‘아난티 앳 부산’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객실이 남다른데, 특별한 스위트룸이 아니라 114개 모든 객실이 복층 구조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호텔을 다녀봤지만, 이처럼 개방감이 크게 느껴지는 객실은 처음이었다. 6.6m 높이의 창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창을 통해 기장 앞바다와 갯마을이 굽어 보인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계단 위에 아늑한 침실이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하룻밤 방값이 50만원을 훌쩍 넘기는데 오픈 이래 줄곧 80% 이상 투숙율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주말은 객실 예약이 쉽지 않다.
복합 문화공간인 ‘엘피크리스탈’과 ‘모비딕마켓’도 있다. 엘피크리스탈은 뷔페 레스토랑과 야외 수영장, 갤러리 등을 끼고 있어 현재 방문객이 가장 많은 장소다. 스트리트 패션 전문 편집숍 ‘카시나’, 서울 성수동의 유명 인테리어 매장 ‘사무엘 스몰즈’ 등 소위 힙한 편집 매장이 대거 들어왔다. 이만규 대표는 “판매나 매출보다 투숙객을 위한 즐길 거리 차원에서 공간을 꾸렸다”고 말했다. 철골과 유리로 된 건축 양식, 예술과 장터가 공존한다는 점 등 여러모로 런던의 ‘코벤트 가든’을 연상케 한다. 서점과 카페, 생활용품 가게와 식물숍 등이 모인 모비딕마켓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지갑을 열지 않아도 둘러보는 재미가 크다. 야외 광장을 산책 삼아 거니는 이도 많다. 단지 곳곳으로 뻗은 길을 하나로 이으면 5.8㎞ 길이의 근사한 산책 코스(90분 거리)가 완성된다.
이 마을에서의 하루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복층 구조의 객실에서 바다 전망을 누리며 잠에서 깬다. 프랑스풍 뷔페 레스토랑 ‘르블랑’에서 조식을 하고, 36m 폭의 야외 풀에 누워 더위를 식힌다. 야외 풀의 선베드에 누우면 부산의 청량한 하늘과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화 속 한 장면, 해외 휴양지의 하루가 부럽지 않다.
■ 이만규 대표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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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 이만규(53)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럭셔리 레저 업계에서 이 대표는 소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힐튼 남해 리조트를 시작으로 가평·부산·서울 등에서 잇따라 고급 호텔·리조트를 성공시킨 주인공다. 아난티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253억원의 매출(영업이익 1152억 원)을 올렸다.
Q : 아난티 코브에 이어 기장에 또 리조트를 지었는데
A : 해운대에서 멀다는 이유, 시장성이 떨어지는 점에서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땅이 기장이다. 바다와 가깝고, 한적하다는 점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기장을 목적지로 삼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기장의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Q : 아난티 코브와 빌라쥬 드 아난티의 차별점은?
A : 그냥 리조트가 아니라 도시 혹은 마을 전체를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기존 아난티 코브는 다분히 바다 지향적인 리조트였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바다와 숲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14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만큼 조경에 신경을 많이 쏟았다.
Q : 호텔 전 객실을 복층 구조로 조성했다
A : 네모반듯하게 공장처럼 찍어낸 객실이 싫었다. 개인적으로 거실이 큰 객실을 선호하는데, 거실의 개방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층고가 높은 호텔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Q : 향후 계획은?
A : 싱가포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와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전형적인 도심형 호텔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아난티 스타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Q : 무엇이 아난티 스타일인가
A : 어떤 시설을 만들든 이야기와 감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사람이 여행을 하는 건 어떤 낯선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아닌가. 아난티가 공장형 호텔·리조트를 짓지 않는 이유다. 」
부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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