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에 버려버린 양심…낚싯줄에 얽힌 바닷새, 굶어죽는다
전국 레저 낚시 인구가 8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낚시꾼이 즐겨 찾는 바닷가에 낚싯줄이나 바늘 같은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이 함부로 버려져 해양 동물이 위협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해양 보호 민간 연구단체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대표 홍선욱) 연구팀은 2018~2020년 국내 인천·경기, 전남, 부산·경남, 강원 등 4개 권역 55개 지점에서 낚시 쓰레기의 양과 특성 조사한 논문을 최근 국제 저널인 '해양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했다.
지점별로 3회씩 낚시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의 양을 분석했는데, 분석 때마다 지점별로 10㎡의 방형구를 설치했다.
분석 결과, 전체 55개 지점에서 ㎡당 쓰레기 개수는 평균 3.4개였고, 무게는 ㎡당 평균 13.4g이었다.
숫자에서는 부산·경남 권역이, 무게에서는 전남이 가장 많았다. 인천·경기 권역은 숫자나 무게가 가장 작았다.
장소 유형별로는 제방에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됐고, 방파제와 바위 해변, 도로변, 모래 해변, 항구 등으로 순으로 나타났다.
흔하게 발견되는 건 낚싯줄
다음으로는 낚싯바늘(㎡당 평균 0.5개, 11.8%), 길이 1m 이상의 낚싯줄(㎡당 평균 0.5개, 11.6%)이었다.
이들 외에도 비닐포장지(4.1%)와 납추(3.9%) 등의 낚시 쓰레기도 발견됐다.
생활 쓰레기 중에서는 담배꽁초(㎡당 평균 0.4개, 9.3%)가 가장 많았고, 비닐봉지 2.7%, 기타 쓰레기도 6%를 차지했다.
바닷새 등 야생 동물이 낚싯줄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경우 몸에 얽히기 쉽고, 이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먹이를 구하지 못한 동물은 굶주려 죽을 수도 있다.
낚싯바늘은 물고기나 바닷새가 삼킬 수도 있고, 해양동물의 몸에 박힐 수도 있다.
납추를 동물이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특정 효소의 기능을 방해, 유해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레저용 낚시의 납추 제조·판매·사용가 금지돼 있지만, 일부 낚시꾼은 여전히 납추를 사용하고 있다.
63% 면허제·관리제 도입에 동의
설문에 응한 낚시꾼은 85.3%가 남성이었고, 경력이 10년 미만인 낚시꾼이 57.5%를 차지했다.
낚시 여행 빈도는 1년에 11~20회라고 답한 사람이 33.4%였고, 5~10회라고 답한 사람은 33.1%였다.
낚시꾼의 96.3%는 낚시 쓰레기의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저 낚시에 대한 면허제나 관리제(쿠폰제) 도입과 관련, 응답자의 37.3%는 둘 다 반대했고, 62.7%는 둘 중 하나를 도입하는 데 동의했다.
연구팀은 "낚시터에는 쓰레기통이 없는 만큼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야 하는데, 일부 낚시꾼들이 낚시터에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낚싯줄·납추 등을 별도로 수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낚시꾼들이 낚시터나 다른 해안에서 해안 청소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권장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에 생태 휴식제를 도입한 것처럼 멸종위기종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획 금지구역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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