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찍었는데 안 통하네"…페이스리프트 신차효과 어디 갔나

박영국 2023. 8. 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쏘나타‧아반떼‧QM6‧티볼리, FL 이후에도 극적인 신차 효과 없어
개소세 감면 종료로 '설상가상' 7월 판매 '급락'
일부 디자인 변경‧트림 조정으로 소비자 유인 효과 한계
상반기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들.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쏘나타 디 엣지'. 르노코리아자동차 '더 뉴 QM6', KG 모빌리티 '더 뉴 티볼리'. ⓒ현대차/르노코리아/KG 모빌리티

지난 3월 디자인이 공개된 현대자동차 8세대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은 어물전 시리즈(생선을 닮았다는 의미에서)의 오명을 벗고 대표 중형 세단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한 달 반짝 효과를 내고는 판매량이 수직 하락했다. 페이스리프트에서 칼을 많이 댄다는 현대차도 이럴 진데 다른 완성차 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판매가 하나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쏘나타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고가 본격화된 5월 2630대에서 6월 4113대로 새로 바뀐 디자인이 효과를 내나 싶더니 7월 다시 2815대로 판매가 급락했다.

택시로 판매되는 7세대 모델을 제외하면 판매량은 더 떨어진다. 8세대 페이스리프트 판매량만 보면 6월 2951대에서 7월은 2142대로 간신히 2000대를 넘겼다.

개소세 감면 종료에 따른 판매절벽 영향을 감안해도 7월 판매량은 심상치 않다. 최대 라이벌인 기아 K5 판매는 6월 2963대, 7월 2246대로 쏘나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쏘나타의 동생 격인 아반떼는 기존 7세대 모델이 워낙 인기가 좋아 절대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3월 이뤄진 페이스리프트 효과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2월 6336대에서 3월 6619대로 판매가 늘었다가 5월부터 5000~6000대 수준을 오가고 있다. 7월에는 개소세 인하 종료 요인까지 겹치며 4002대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 ⓒ데일리안

업계 한 관계자는 “인기가 높은 신차라면 가격 변동 요인이 있어도 판매 초기부터 실적이 크게 내려앉지는 않는다”면서 “개소세 이슈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판매가 줄었다면 신차 효과가 애초에 크지 않거나 많이 희석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페이스리프트 단계에서도 풀체인지급 디자인 변경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쏘나타는 ‘일자 눈썹(수평형 주간주행등)’ 패밀리룩을 적용하는 등 인상이 많이 바뀌었고, 아반떼도 기존 모델보다 인상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크게 재미를 못 봤을 정도니 다른 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3월 출시된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중형 SUV QM6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대표적이다. 르노코리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 등 디자인을 개선하고 2열부터 트렁크 공간을 전부 비운 QM6 퀘스트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등 QM6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많은 공을 들였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월 938대에서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고가 시작된 3월 1409대로 잠깐 신차 효과를 본 뒤 4월 다시 994대로 내려앉았다. 이후에도 1000대 미만 판매에 머물다 7월에는 792대까지 떨어졌다.

KG 모빌리티 '더 뉴 티볼리'. ⓒKG 모빌리티

지난 6월 소형 SUV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과거의 영광 재현’을 노리던 KG 모빌리티 역시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전면 디자인을 싹 갈아엎고 18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웠지만 ‘사골’ 이미지를 벗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5월 377대의 판매량으로 양산 모델로서의 운명을 다해가던 티볼리는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와 함께 판매량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나 그래봐야 숫자는 845에 그쳤다. 그나마도 7월 들어 815대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는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고 보긴 힘들다. 그저 그런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면 굳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델변경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차량 구매시 디자인 뿐 아니라 동력성능, 편의사양, 감성품질 등 종합적인 상품성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소폭의 디자인 변경과 트림 재구성 등으로는 어필하기 힘든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15년 출시된 티볼리와 2016년 출시된 QM6는 풀체인지(완전변경) 타이밍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 같은 차체에 소폭의 변경을 가한 수준이라 애초에 극적인 판매량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있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주인공이 점 하나 찍고 나타났다고 전 남편이 못 알아보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하반기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들에게도 좋지 못한 소식이다. 한국GM은 지난달 19일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고, 기아는 이달 중순 쏘렌토를 시작으로 9월 K5, 11월 카니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GM으로서는 트레일 블레이저가 상반기 출시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함께 내수판매의 두 축이 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고, 기아는 주축 라인업 3종의 미래 3년 판매량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 추세에 따라 전기차 신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개발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결국 앞으로의 내연기관 신차는 기존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페이스리프트나 기껏해야 마이너체인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어 이전과 같은 드라마틱한 신차 효과는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