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디오 패널 불균형' 민원 188건…정연주 방심위, 심의는 '0'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정연주)가 최근 5년간 ‘라디오 패널 불균형’ 관련 민원을 정식 안건으로 한차례도 다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는 TV 및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상의 불법ㆍ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기구다.
2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방송심의규정 제13조(대담ㆍ토론프로그램 등)에 따른 라디오 패널 출연 균형성 위반을 심의한 사례가 있는가”라는 박 의원의 질의에 방심위는 “2018년 1월~2023년 4월까지 5년간 모두 34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방심위가 회신한 처분 상세 내역을 살펴본 결과 라디오 여야 패널 불균형과 관련한 안건을 독립적으로 심의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숱하게 제기돼 온 라디오 패널 편향 문제를 방심위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여태까지 각하 처리해왔다”고 주장했다. 각하는 접수된 민원이 형식ㆍ요건ㆍ절차 등이 미비할 경우 정식 안건으로 심의하지 않고 기각한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지난 3~7월 5개월간 방심위에 접수된 라디오 패널 불균형 민원도 전수조사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해당 기간 라디오 여야 패널 불균형을 지적한 민원은 모두 188건이었지만, 방심위는 해당 민원을 단 한 건도 독립적으로 심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이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93건) ▶KBS 주진우 라이브(75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8건)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4건) 순이었다. 방송사별론 MBC가 101건으로 전체 민원의 53.7%, KBS는 83건으로 44.1%였다. 두 방송사가 패널 불균형을 지적한 전체 민원의 97.8%를 차지했다.
라디오 패널 불균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박 의원이 6월 7일~7월 24일까지 48일간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출연 패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뉴스하이킥의 여야 패널 출연 비율은 1대14에 달했다. 정부ㆍ여당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보다 민주당 등 야권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의 출연횟수가 14배 많았다는 의미다.
이같은 지적에 방심위는 “라디오 패널 불균형 문제는 방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방심위는 박 의원에게 회신한 자료와 중앙일보 통화 등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 2항에 따르면 출연자 선정 문제는 ‘토론프로그램’에 한정돼 있다”며 “여러 시사 주제를 다루며 대담, 인터뷰 등을 통해 출연자의 견해를 듣는 라디오는 대담프로그램으로 토론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심위가 언급한 규정은 대담ㆍ토론 등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조항이다. ▶프로그램은 형평성ㆍ균형성ㆍ공정성을 유지해야 하고(제1항) ▶진행자나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선 안 된다(제5항)는 조항의 경우 심의 대상을 대담ㆍ토론프로그램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다만 방송 패널 균형을 강제하는 조항(제2항)은 ‘토론프로그램’ 만으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방심위가 민원 각하의 이유로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방심위는 ‘방송 프로그램을 토론 또는 대담으로 구분하는 별도 규정이나 해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성중 의원은 “방심위가 근거로 든 규정의 1항을 보면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어 패널 불균형을 심의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며 “방심위가 라디오는 ‘토론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편의적 해석을 통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방심위의 기본역할도 망각한 채 자리보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불공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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