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도 열탕’ 된 남해…물고기만 떼죽음? 인간도 위험한 이유

정은혜, 안대훈 2023. 8.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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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찾은 경남 사천시 서포면의 한 가두리 양식장. 축구장 세개 정도 넓이의 양식장 해수면 곳곳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왔다. 양식장 어민들이 산소공급기로 만든 산소였다. 최근 몇년 사이 뙤약볕 아래의 양식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양식장 주변에선 산소공급기 여러 대가 쉴새없이 돌아갔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대비해 산소공급기로 양식 어장에 산소가 주입되고 있다. [사진 경남도]


뜨거워진 바다의 공포…양식장에 산소공급기


경상남도는 고수온에 따른 어업재해에 대응할 수 있게 1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액화산소공급기와 순환펌프 등 3000여 대를 보급했다. 4억5500만원 상당의 면역증강제 22t도 6개 시·군에 공급했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해수의 용존산소량이 떨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물고기가 대량 폐사할 수 있다. 이 양식장엔 감성돔 14만 마리, 숭어 20만 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2018년 7월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주포항 인근 해상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 돌돔의 사체가 물 위에 떠 있다. 연합뉴스
뜨거워진 바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어민들은 수년 간 그 공포를 체험했다. 2021년 통영과 거제·고성·남해·하동의 213개 양식장에서 어류 1042만 마리 등이 폐사해 116억 여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2018, 2019년에도 대량 폐사가 있었기에 이번 폭염을 지켜보는 어민들의 걱정은 크다. “지구 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가 끝나고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지난달 27일)이 결코 남일이 아닌 것이다.

올 들어 호주에 이어 미국 남부 텍사스ㆍ태국 등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올해 초 폭염을 겪은 호주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메닌디 지역의 강에서 죽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내고 강줄기를 가득 메웠다. 미국 텍사스주 퀀타나 해변에서도 지난 6월 폭염과 함께 죽은 물고기 수만 마리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같은 달 태국 남부에서도 4㎞의 해변을 따라 죽은 물고기 수천마리가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


수온 1도 상승은 기온 5도 이상 변화


지난 3월 17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메닌디 지역의 강에 죽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떠 있는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이 꼽는 물고기 떼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물 속 산소 부족이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줄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온 1도 상승은 육상에서 기온 5도 이상 변화에 버금갈 정도로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일 때 발령된다. 열에 강한 돔류도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엔 버텨내기 어렵다고 한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가두리 양식장(0.4ha)을 하며 우럭 15만 마리를 키우는 한모(60대)씨는 “그늘이라도 있어야 우럭이 사니 차광막도 설치하고 영양제도 같이 먹이고 있다. 안 그럼 다 죽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욕지도 수온(가까운 연화도 관측 기준)은 27.9도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간은 하루 최고 수온이 26도~28.7도였을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해 여름철엔 28도를 넘긴 적이 없었다.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햇빛 차단용 덮개를 열고 물고기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남해와 서해 고수온 현상 심화될 것”


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수온 특보는 부산 가덕도~경남 전역~전남 장흥에 걸친 남해 중부 연안으로 확대됐다. 경남 진해만, 전남 득량만, 전남 여자만 등 3개 내만은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연속 계속돼 고수온 경보로 격상됐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올해 장마가 길어 고수온 시작 시점이 전년도보다 3주 정도 늦었지만, 동해와 달리 수심이 낮은 남해와 서해를 중심으로 수온이 굉장히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게다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머무르면서 열돔 현상으로 해역을 더 달구고 있는데, 6호 태풍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쪽으로 갈 것 같아 고수온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 과장은 “이처럼 기후가 안정된 상황에선 바닷물의 표층과 저층 간 순환도 이뤄지지 않아 수온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썬 수온이 높아져 경보 구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바다는 더 뜨거울 것으로 전망돼 어민들의 걱정이 어느 해보다 크다. 해수 온도가 오를 수록 물고기는 생존 위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수온이 오르고 생활하수 등으로 바다가 오렴되면 조류가 대량 증가하면서 산소 부족이 심화하게 된다. 물고기들은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플로리다 남부 앞바다 38도 넘어


지난 해 전세계 해양에 축적된 열에너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오르는 엘니뇨 기간이 시작된 올해는 더 심상치 않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바다 기록은 매월 평균 역대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달 24일 미국 플로리다 남부 앞바다에서는 수심 1.5m에 있는 측정소 온도가 섭씨 38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제프 마스터스 예일대 기후연구소 박사는 AP통신에 “바닷물이 제가 목욕할 때 쓰는 욕조에 받는 온수물과 같은 수준이 됐다. 경악할 만한 온도”라고 말했다.
뜨거운 바다는 인류에게도 위협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주저자인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뜨거운 바다는 대기 순환을 바꿔서 강렬한 태풍, 폭우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을 만들어 전세계 곳곳에서 인명 피해를 만든다”며 “또 해양 생태계가 더욱 파괴되면 인류의 먹을 거리가 줄어드는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120년 사이 바다 온도 0.4도 상승


기상학자들은 올해 동태평양 수온이 2도 오르는 ‘수퍼 엘니뇨’ 현상을 예상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연구원장은 “과거 엘니뇨 또는 수퍼 엘니뇨 때마다 극한 기후 기록이 경신됐는데, 올해는 엘니뇨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이미 6~7월 전세계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우려했다. 엘니뇨는 지구 평균 온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통상 0.2도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화(1880년대)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1~1.2도 가량 올랐는데, 한 해 0.2도가 뛰는 것은 기후에 굉장한 영향 준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우려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의 바다의 수온도 지난 120년 사이(1901~2020년) 사이 일부 떨어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 따라 1~3도 정도 올랐고, 평균 0.4도 상승했다.

한국의 폭염은 2일에도 이어졌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내외로, 낮 2시~5시 사이에는 옥외 작업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폭염은 높은 기온과 습도에 더해 오키나와 남서부 해상에서 올라오고 있는 태풍 카눈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끌어올리고 있어 더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눈은 3일 오후 오키나와 서쪽 370㎞ 해상을 지나면서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 것으로 예상된다.

정은혜·안대훈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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