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도 열탕’ 된 남해…물고기만 떼죽음? 인간도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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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바다의 공포…양식장에 산소공급기
경상남도는 고수온에 따른 어업재해에 대응할 수 있게 1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액화산소공급기와 순환펌프 등 3000여 대를 보급했다. 4억5500만원 상당의 면역증강제 22t도 6개 시·군에 공급했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해수의 용존산소량이 떨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물고기가 대량 폐사할 수 있다. 이 양식장엔 감성돔 14만 마리, 숭어 20만 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올 들어 호주에 이어 미국 남부 텍사스ㆍ태국 등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올해 초 폭염을 겪은 호주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메닌디 지역의 강에서 죽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내고 강줄기를 가득 메웠다. 미국 텍사스주 퀀타나 해변에서도 지난 6월 폭염과 함께 죽은 물고기 수만 마리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같은 달 태국 남부에서도 4㎞의 해변을 따라 죽은 물고기 수천마리가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
수온 1도 상승은 기온 5도 이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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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와 서해 고수온 현상 심화될 것”
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수온 특보는 부산 가덕도~경남 전역~전남 장흥에 걸친 남해 중부 연안으로 확대됐다. 경남 진해만, 전남 득량만, 전남 여자만 등 3개 내만은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연속 계속돼 고수온 경보로 격상됐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올해 장마가 길어 고수온 시작 시점이 전년도보다 3주 정도 늦었지만, 동해와 달리 수심이 낮은 남해와 서해를 중심으로 수온이 굉장히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게다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머무르면서 열돔 현상으로 해역을 더 달구고 있는데, 6호 태풍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쪽으로 갈 것 같아 고수온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 과장은 “이처럼 기후가 안정된 상황에선 바닷물의 표층과 저층 간 순환도 이뤄지지 않아 수온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썬 수온이 높아져 경보 구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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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남부 앞바다 38도 넘어
지난 해 전세계 해양에 축적된 열에너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오르는 엘니뇨 기간이 시작된 올해는 더 심상치 않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바다 기록은 매월 평균 역대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달 24일 미국 플로리다 남부 앞바다에서는 수심 1.5m에 있는 측정소 온도가 섭씨 38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제프 마스터스 예일대 기후연구소 박사는 AP통신에 “바닷물이 제가 목욕할 때 쓰는 욕조에 받는 온수물과 같은 수준이 됐다. 경악할 만한 온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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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사이 바다 온도 0.4도 상승
기상학자들은 올해 동태평양 수온이 2도 오르는 ‘수퍼 엘니뇨’ 현상을 예상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연구원장은 “과거 엘니뇨 또는 수퍼 엘니뇨 때마다 극한 기후 기록이 경신됐는데, 올해는 엘니뇨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이미 6~7월 전세계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우려했다. 엘니뇨는 지구 평균 온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통상 0.2도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화(1880년대)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1~1.2도 가량 올랐는데, 한 해 0.2도가 뛰는 것은 기후에 굉장한 영향 준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우려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의 바다의 수온도 지난 120년 사이(1901~2020년) 사이 일부 떨어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 따라 1~3도 정도 올랐고, 평균 0.4도 상승했다.
한국의 폭염은 2일에도 이어졌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내외로, 낮 2시~5시 사이에는 옥외 작업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폭염은 높은 기온과 습도에 더해 오키나와 남서부 해상에서 올라오고 있는 태풍 카눈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끌어올리고 있어 더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눈은 3일 오후 오키나와 서쪽 370㎞ 해상을 지나면서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 것으로 예상된다.
정은혜·안대훈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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