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기소된 트럼프, 내일 또 법정 출두..."뜨거운 성원에 감사"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법정에 출두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형사기소 직후 보수층 결집 반사이익을 누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다음날 오히려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렇게 뜨거운 성원은 이전 어떤 경우에도 없었다"면서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성공적인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 공화당 경선 및 본선 유력 후보자에 대한 전례 없는 기소는 전 세계에 지난 3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부패와 실패에 대해 일깨워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이전보다 더 위대해질 것이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미 연방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후 거짓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1·6 의회 난입 사태를 일으키도록 부추겼다며 사기 모의 및 국가 기망, 선거사기 유포 등 4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최대 20년 징역형까지 가능한 혐의다.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는 공소장에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은)은 선거에 패배했으면서도 권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하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정선거라고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극심한 국가적 불신과 분노의 분위기를 고조하고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날 오후 워싱턴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앞서 뉴욕지방법원, 마이애미 연방법원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번에도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등의 절차는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이기에 사진은 찍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문을 디지털로 찍고, 사회보장번호,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관련 뉴욕검찰의 기소, 기밀문서 유출 관련 연방법원의 기소에 이어 세번째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선 결과 전복을 모의한 익명의 6명도 함께 기소했다. CNN은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기도 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날 대배심에 모습을 드러냈던 법무부 출신 제프리 클라크 등도 공모자 후보로 언급됐다.
앞서 두 차례의 기소는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수표 밀집 등의 호재로 작용했었다. 이번 기소 또한 지지층 집결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웃돌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 기소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 바이든 관련 혐의에서 시선을 돌리고 차기 대선 선두주자를 공격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2024년 재선에 성공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처드 하센 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는 "헌법은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거나 심지어 복역중인 사람이 출마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늘어나는 사법 문제가 그의 대선 출마를 막지는 못한다"며 "유죄 판결을 받아도 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결국 대선 가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잇따른다. 조만간 조지아주 검찰 역시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한 혐의 등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면서도 "공화당 중도층, 무당층의 지지를 얻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기간 선거운동과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것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번째 기소 사실을 알게 된 직후 폭스뉴스 경영진과 사적 만찬을 즐겼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폭스뉴스 경영진은 이달 말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첫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이번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악연도 주목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니아 처트칸 판사는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강력히 처벌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21년 12월 판결에서 "매일 우리는 반(反)민주주의 세력과 사람들이 2024년(대선)에 폭력을 모의할 수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막으려고 하고 사법당국을 공격하면 틀림 없이 처벌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련 백악관 문서 공개를 금지해달라는 소송도 기각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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