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그림 쪼개서 투자해볼까… 투자계약증권 이달 중 첫 발행

5개 조각투자사업자 제출할 듯
부동산 이어 실물자산 소액투자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한우·미술품에 대한 조각투자가 이르면 8월부터 본격화된다. 부동산 조각투자뿐 아니라 실물자산에 대한 소액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 인가받는 조각투자 사업자가 늘어나며 규제 리스크로 주춤했던 조각투자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최초의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가 제출될 전망이다. 투자계약증권이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정산받는 계약상 권리다. 다양한 자산을 쪼개어 파는 조각투자 시장이 열리면서 자율기재 형식에 가까웠던 투자계약증권이 형식을 갖추게 됐다. 투자계약증권은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제정 때 처음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사례는 없었다.

현재 한우·미술품 등 5개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인 테사·서울옥션블루·투게더아트·열매컴퍼니 등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투자계약증권 제출이 필요한 ‘증권성’ 판단을 받고, 지난달 12일 사업 재편을 승인받았다.

이들 플랫폼 대부분은 투자자가 자산을 공동 구매한 뒤 업체가 자산을 재매각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장사와 금융사를 중심으로 발행·유통된 주식 채권 등과는 다른 구조다.

그동안 규제특례(샌드박스)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고 사업을 한 부동산 조각투자와도 차이가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 소유 펀블 등은 투자계약증권이 아닌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한다. 건물을 신탁사 명의로 소유한 뒤 수익증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의 금액 단위가 큰 만큼 조각투자 사업자가 도산해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음악 저작권료 지분을 쪼개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든 뮤직카우 역시 신탁수익증권 구조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우·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자가 제출할 투자계약증권에도 구체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을 담도록 했다. 이에 증권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편하고, 투자계약증권 전담 심사팀을 운영하며 심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우·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자에 적용한 사업 재편 요건은 신규 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도산절연(고객자산 분리 보호) 장치, 분쟁처리·피해보상 등도 명시하도록 했다. 생소한 투자계약증권에 대해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특성 및 발행과 관련한 30여개의 질문·답변 내용도 담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사업자를 위한 기반을 만들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토큰증권발행(STO) 입법화도 되기 전에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당국에서 심사를 받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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