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나무숲 같은 인권침해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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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의 너는 존중과 배려와 같은 주제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졌고, 정신질환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추가 시간까지 할애하며 실습 콘퍼런스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그런 모습은 내게도 보람을 느끼게 했다.
학교 선배라면 좀 더 이해해주지 않을까 한 내게 낯빛이 어두워진 너는 그런 선배 때문에 더욱 상처가 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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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의 너는 존중과 배려와 같은 주제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졌고, 정신질환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추가 시간까지 할애하며 실습 콘퍼런스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그런 모습은 내게도 보람을 느끼게 했다. 취업한 그해 너는 병원 생활이 힘들다고 했고, 일보다도 선임들의 비인격적 언행 때문에 사직해야겠다고 했다. 학교 선배라면 좀 더 이해해주지 않을까 한 내게 낯빛이 어두워진 너는 그런 선배 때문에 더욱 상처가 깊다고 했다.
그때 나는 너를 위해서라는 알량한 명분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해버렸다. 조금 더 버텨내서 네가 경력자가 됐을 때 지금의 너를 떠올려 후임들에게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게 해주면 조직문화는 바뀌게 될 거라고…. 결국 너는 사직을 했고 나는 지금까지도 갚지 못한 빚을 네게 지고 말았다.
‘라떼’는 더한 것도 참고 살았다지만 그것이 자랑스러운 것이었나? 왜 참고 버텼을까? 내가 조금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의 제자들은 성숙하고 선진화된 조직문화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대기시간 대비 턱없이 짧은 진료시간 등으로 인한 환자의 불만과 더불어 구성원 간의 수직적 조직문화로 폭언과 폭력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프고 힘들어도 전문적인 도움보다는, ‘라떼는 더 심했어.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야’ ‘너 잘되라고 그런 거잖아?’ ‘얼굴 붉히면 서로 불편하지 않아?’ 같이 언뜻 보면 위로처럼 보이지만 전혀 공감받지 못하는 대화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심지어 믿고 상의한 이야기들을 주변에 전파하는 경우 2차 피해까지 양산돼 그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이런 인권 침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8월부터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심리상담과 전문자문(법률·노무), 인권교육 등을 무료 지원해 보건의료 현장의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직장에서 힘들고 남모를 아픔을 겪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개소 2주년을 맞아 오픈한 인권침해상담센터 홈페이지(www.chp.or.kr)와 대표전화(1533-6960)를 통해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피해자 관점에서 직장은 이해 상충이 될 수 있어 상담이 꺼려진다면 중립 혹은 내담자 중심인 인권침해상담센터를 이용하기를 권해 본다. 대나무숲도 돼주지만 필요하면 법률과 노무 상담 등 전문 상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범만으로도 상징적 가치가 컸던 인권침해상담센터가 2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도 인권 침해로 고통받는 보건의료 인력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이름값을 해내길 기대한다.
우정희 건양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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