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체계를 부정하는 시대… 미혹의 영에 빠져

2023. 8.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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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션 카운슬러] <14>
Q: 요즘 기독교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왜 이렇게 기승을 부리죠?
로마시대 당시 브리스가와 아굴라 집에 모인 신자들의 예배 모습을 그린 판화. IVP 제공


A: 기독교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나는 신이다’를 통해 국내 사이비 교주들의 범죄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통과 이단을 구별하지 않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뜻밖에도 기독교에 대한 혐오정서가 짙어지고 건전한 기독교 신앙까지 도매금으로 조롱당하는 분위기다.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와 교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문화에 스민 기독교 혐오

먼저 현대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맥락에서 이 문제의 원인과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의 이성 중심주의에서 확립된 진리체계를 부정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절대 진리와 도덕을 말하는 기독교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다.

21세기의 세속문화와 미디어가 성경적 결혼관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면서도 동성결혼을 아름다운 것인양 포장하는 것도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탁월한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문화 풍토에는 정통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고 이단에 동조하는 인식이 스며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이단에 교리적 문제가 있고, 정통 기독교는 문명 발달에 기여했다는 모더니즘 스타일의 반박이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독교가 얼마나 아름다운 종교인지를 교리·도덕·감성·영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이단·사이비의 가장 큰 특징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세뇌방식에 있다. 가스라이팅은 추종자들로부터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아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게 만들고, 결국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세뇌하는 심리조작(마인드컨트롤)이다. C.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기독교의 독특한 점은 ‘개별성 보존’에 있다고 말했다.

개별성 말살하는 이단·사이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를 소개하는 포스터. 국민일보DB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들처럼 네 자손도 많아질 것이다(창 15:5)”라고 약속했다. 뭇별들이 각각 존재하듯이 사람들도 개별 존재로 영원히 있게 될 것이다. 반면에 사탄의 목표는 개별성을 없애는 것이다. 이것이 이단·사이비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 집단은 인터넷이나 책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정보 취득을 금지하고, 공동생활을 통한 상호감시 및 노동력 착취를 자행한다. 한마디로 추종자들의 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예수님은 말세에 성도들을 영적으로 미혹하는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미 예언하셨다.(마 24:24) 악한 영의 미혹이 있기 때문에 사이비에 빠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1921~2002)에 따르면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다원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합당한 다원주의’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원성’과 ‘합당한 다원주의’를 구분한다. 다른 시민들의 천부적 인권을 위협하는 사이비 단체는 합당한 다원주의에 속하지 않는다. 타인의 자유, 생명 그리고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람과 단체는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타인의 천부인권을 부정하는 사이비 단체는 헌법상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에 나온 집단들은 구성원들의 정신과 신체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며 경제적 이익을 착복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민주사회에서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악행을 자행했다.

초대교회처럼 사랑으로 변증하라

그렇다면 반기독교적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단·사이비 문제까지 직면한 한국 기독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대교회사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의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초대교회가 성장한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사도들과 제자들, 교부들은 모두 교리적인 변증에 성공적이었다. 왜 나사렛 예수가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인지 잘 증명했다. 예수를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아들로 믿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제시한 것이다. 둘째 초대교회 크리스천들은 도덕적 변증에서도 탁월했다. 일례로 로마시대 전염병이 확산됐을 때 가족과 병원이 버린 병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치료해준 이들은 핍박을 받던 크리스천들이었다. 크리스천의 진실한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셋째 초기 기독교의 예배와 기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초대교회가 로마 국교가 되면서 신비의 영성, 복음의 능력과 생명력을 잃었다. 지금도 계몽주의 철학에 종속된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창조 타락 부활 그리고 재림을 약화시키거나 부정하면서 성경의 핵심진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때 마이클 그린의 분석처럼 초대교회가 복음을 전한 세가지 방식 즉 교리적 변증과 사랑을 겸비한 도덕적 변증, 성령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통해 짙어지는 반기독교적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김기호 한동대 교수·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초대교회의 복음전도(마이클 그린 지음, 홍병룡 옮김·복있는사람)


로마제국 시대의 사도, 제자, 성도들과 3세기 교부들이 어떻게 복음을 전하며 선교 열매를 거뒀는지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교리·도덕적 변증, 거룩한 예배의 변증이 초대교회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힌다. 반기독교 정서로 위축된 한국교계가 되새길 메시지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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