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2023. 8.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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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자기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자유가 없거나 주어진 직분을 수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교단과 신학교는 목사의 직무와 소명에 대한 투철한 재교육 그리고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 네트워크를 형성해 줘야 합니다.

교단과 신학교는 목사의 재교육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만성적 불만을 가진 목사들이 목회직을 떠나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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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자기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자유가 없거나 주어진 직분을 수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교단과 신학교는 목사의 직무와 소명에 대한 투철한 재교육 그리고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 네트워크를 형성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임시방편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특성이 다양하듯 목회자들이 요구하는 직무 만족의 항목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목사들의 모든 불만을 완벽히 해소할 교단 차원의 만능열쇠는 없습니다. 교단 정책이 모든 목회자의 불만을 해소하는데 맞춰지면 안 됩니다. 오히려 목표를 전환해야 합니다.

교단과 신학교는 목사의 재교육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만성적 불만을 가진 목사들이 목회직을 떠나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교단 차원의 강력한 징계든 아니면 직업교육을 통한 재취업의 길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에게 새 옷 갈아입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어떤 교파나 교단이든 지금 상태로 교회 구조를 유지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 문제에서 피해 갈 수 있는 교회는 없습니다. 목사 재교육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가 교세 확장에 맞춰지면 안 됩니다. 어떤 교육이 됐건 간에 교육의 목적과 이유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질문을 끌어내고 그 질문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의 과녁을 설정하게끔 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교육을 통해 물어야 할 것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이 조직에서 안전하게 머물 것인가’가 아닙니다. 지금 상황을 안일하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나는 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혁신을 꾀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모범으로 살기 위해 이 조직을 떠날 것인가’처럼 급진적인 질문이 돼야 합니다.

지금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양심에 따라 말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위험천만한 일이더라도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해 살아내는 올곧은 길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런 사람은 종종 불손하고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힌다는 사실입니다.

소명 의식이 분명하고 헌신 된 목사라면 교회 내 목회직이 정지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교회에서 통용되는 특전을 거부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이에 비해 평범한 목사라면 추가 혜택은 더 받고 책임은 덜 지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교회 조직에 깊게 관여하는 일반 신자도 계급 의식을 가진 목사들처럼 몇 가지 특별한 특전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주로 ‘엉클 톰’처럼 얼마나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게 우리의 악한 현실입니다. 그러니 평신도 역시 깨어야 합니다. 소명의식이 분명하고 헌신 된 평신도들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소명의식이 분명하고 헌신 된 목회자의 기능과 권위가 손상되거나 훼손되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지혜롭게 섬기며 고민하고 애써야 합니다. 동시에 깨어있는 평신도라면 교회가 주는 특전에 안주하려는 목사가 교회 밖으로 빨리 나가 자유를 찾도록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결정하고 행동할 이유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니라면 떠나야 합니다. 이건 목사뿐 아니라 이 시대 모든 교인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신앙의 태도입니다.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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