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적색경보… ‘강연’ 내세운 일간지 전면 광고·집회 예고까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종교집단들이 대놓고 양지로 나오고 있다. 성경 강연회를 표방하며 종합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는 한편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경 강연회의 경우 주체가 불분명하고, 정통교회와 다른 교리를 전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8일부터 2일까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겨레 등에 “성경은 역사다”라는 제목과 함께 오는 11일부터 온라인으로 성경 강연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더 워드 포럼(The Word Forum)’이라고만 할 뿐 주최 기관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다. 광고에는 “하나님께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계획을 세우셨다”며 “성경은 그 모든 하나님의 경영을 기록한 책이다”라고 적혀 있다. 정통 개신교회의 교리와 구분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광고에 적힌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침례회(기복침·설립자 권신찬), 이른바 ‘구원파’의 교리가 발견됐다. “차츰 복음을 깨닫고 구원받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처럼 기복침 설립자 권신찬(1923~1996)이 생전 했던 말과 설교 메시지도 수록돼 있었다.
한국교회는 ‘깨달음에 의한 구원’으로 대변되는 구원파의 교리를 정통교회와 다른 이단 교리로 본다. 기복침은 “구원받은 날과 시간과 장소 등을 알아야 하며, 깨달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교리를 설파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구원파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들의 정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구원관도 회개와 믿음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정통교회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확한 행사 주관 단체명이나 교단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성경 공부에 접속해 보라는 광고라면 당연히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주요 일간지에 광고함으로써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동시에 정당성을 얻으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며 “막대한 광고비가 들더라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최대한 끌어내고자 일간지 광고를 활용하는 게 이단의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일보 등 기독교 매체를 제외한 다른 일간지의 성경 관련 광고라면 검증되지 않은 단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종교와 관련된 광고, 유튜브 콘텐츠라면 무조건 한 번 더 확인하고 검증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독교복음선교회(JMS·총재 정명석)는 총재 정명석이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재차 구속되자 대규모 거리 집회를 열며 재판부와 피해자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JMS교인협의회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 3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며 세를 과시했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서는 서울 대전 등에서 신도 1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또다시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선 집회에서는 주최 측이 정명석의 무죄와 함께 성폭행 피해자가 증거로 제시한 피해 상황 녹음 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도 이뤄져 논란을 불렀다.
JMS 내부에 정통한 이단 전문상담사 A씨는 “교인협의회라는 주최 측의 정체가 불분명하고, 지난 30일 주최 측은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수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 교단 수뇌부가 직접 기획한 집회라기보다는 내분의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JMS 조직 내부는 정명석을 지지하는 측과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을 지지하는 측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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