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獲罪於天 無所禱也(획죄어천 무소도야)
2023. 8. 3. 00:38
지난 회 칼럼에서 공자님 당시 민간에는 “아랫목 신보다는 부엌 신에게 빌어라”라는 속어가 유행했음을 말했었다. 왕인 영공(靈公)에게 충성하기보다는 부엌 신에 비유된 실세인 왕손가(王孫賈)나 왕비 남자(南子)에게 아첨하는 게 나음을 풍자한 말이다. 이에, 왕손가는 자신이 실세임을 과시하며 ‘부엌 신에게 비는 게 낫다’는 말의 의미를 공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고 딱 잘라 말했다. 이미 하늘에 죄를 짓고 있는데 아랫목 신, 부엌 신 따위에게 비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하늘은 자연이고 자연은 곧 순리(順理)다. 아첨으로 자신의 이익만 꾀하는 것을 공자는 하늘에 죄를 짓는 사악한 역리(逆理)의 행위로 본 것이다.
얼마 전, 정부 여당 측에서는 개각이 있었고, 야당은 귀국한 전 대표를 맞았다. 이 와중에 아랫목 신에게 빌까, 부엌 신에게 빌까를 생각하며 아첨에 골몰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다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다. 실세임을 과시하며 아첨의 대상인 ‘부엌 신’ 행세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 역시 빌 곳조차 없는 중죄인이다. 중죄인은 언젠가는 처단되는 게 필연이다. 순리의 정치라야 중죄인이 안 생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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