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86) 그리움

2023. 8. 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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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그리움
김일연(1955∼ )

참았던 신음처럼 사립문이 닫히고


이마 위에
치자꽃이 지는 밤

저만치, 그리고 귓가에
초침 소리
빗소리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위대한 여름도 가고야 만다

신음처럼 닫히는 사립문, 이마 위로 치자꽃이 지는 밤에 들리는 초침 소리, 빗소리로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비록 어지럽고, 범죄가 난무해도 이런 서정의 세계가 있는 한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는 이제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들끓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덥다는 이 여름은 2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살인적이다. 그러나 이 더위도 결국 물러가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생명의 계절을 그리워하는 때가 반드시 온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가을날’)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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