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돌풍, 끝이 안 보인다
데뷔한 지 1년밖에 안된 신인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한 음원 플랫폼에서 20억 번 이상 재생됐다. 걸그룹 뉴진스의 얘기다.
지난해 7월 데뷔한 뉴진스가 현재까지 발표한 노래는 총 15곡. 이 노래들은 지난달 30일 기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억789만9641번 재생됐다고 소속사 어도어는 밝혔다. 지난 3월 뉴진스의 노래는 스포티파이에서 K팝 가수 중 최단 기간(219일) 동안 10억 번 재생돼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바 있다.
이는 미니 2집 ‘겟 업’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21일 발매한 이 앨범에는 세 개의 타이틀곡인 ‘슈퍼 샤이’ ‘ETA’ ‘뉴진스’를 포함해 총 6곡이 수록됐다. 발매 일주일 만에 ‘슈퍼 샤이’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그룹 자체 최고 순위인 66위로 진입했다. 이후 64위로 올라 2주째 진입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음원 차트는 이미 평정했다. 멜론·지니 등 음원 플랫폼에서 3주째 ‘슈퍼 샤이’가 1위를 지키는 중인데, 여기에 ‘ETA’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1년 넘게 계속되는 뉴진스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신 유행에 충실히 따르는 음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뉴진스 노래엔 미국 뉴저지의 클럽가를 강타한 ‘저지 클럽’, 영국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악 장르의 ‘UK 개러지’ 리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두 1990년대 전자음악이 중심이 된 클럽 문화에서 비롯한 장르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유행세를 타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2년 사이 전자음악 중에서도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 유행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이번 미니 앨범은 트렌드를 성실히 따르면서, 거칠지 않은 미감 즉 예쁜 요소들을 장르와 이질적이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프로듀싱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서브컬처(하위문화) 장르는 마약·폭력 등 어두운 문화와 관련한 부분도 많은데, 뉴진스가 K팝으로 가져오면서 다크한 느낌이 탈색되고 순화됐다. 마치 환각에서 아련한 몽환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진스가 대중에 앨범을 소개하는 방식 역시 주목받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타이틀곡을 세 개로 선정하고 선공개 방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 전체를 듣게 한다”면서 “대표곡 하나만 밀기보다는 ‘뉴진스 앨범에 있는 곡은 다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점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했다. 뮤직비디오엔 6개 수록곡 각각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슈퍼 샤이’에서는 발랄한 플래시몹을 선보였고,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출연한 ‘쿨 위드 유’엔 한 편의 영화 같은 서사를 녹였다.
애플을 비롯해 코카콜라·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카콜라 CM(광고 음악)송으로는 이례적으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지상파 음악방송에선 ‘ETA’ 무대 중 아이폰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PPL(간접 광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인 걸그룹이 거대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문화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음악 작업 등 브랜드와 아티스트 간 협업 시너지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해졌는데, 뉴진스는 가장 큰 이익을 본 그룹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돌로서의 멤버 개인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표현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획일화된 콘셉트 안에서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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